나그네

겨울비

klgallery 2008. 12. 8. 18:45

 

 

 겨울비 그 외로움 - (宵火)고은영


나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으로부터의 단절을 원했든가

칠흑 같은 어둠에 겨울비 사방에 넘실댄다

범람하여 밀물로 가득한 그리움

믹서 되어 혼돈의 블랙홀로 흐르는

비의 얼굴, 얼굴들


어둠을 부유하며 밤새 시달린 그리움

빗물로 나부끼며 춤추는 동안 빛은

빗물에 몸 풀고 통과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 흐느낀다


그대 보고파 속절없이 머무는 시간

버리지 못하는

지독한 고질병의 염병할 감수성

나는 버림받은 기분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보았고 또, 너를 보았다

 

일상에서도 다가설 수 없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이 예민한 내 안에

무수한 꽃은 피었다 시들어 가고

가슴엔 언제나 검푸른 네가 있었다


온몸을 적시며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는 저 빗물처럼

내 안엔 분신 같은 그리운 네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일렁인다


우리가 등을 보이고 뒤돌아서

각자의 삶의 터전을 향하여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리움에 대한 회포도 풀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러브스토리 외 8곡 모음 - Nana Mousko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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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 김창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