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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렘브란트를 만나다-서양미술거장전 리뷰

klgallery 2008. 12. 27. 13:46

 

이번 성탄절에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미술거장전-렘브란트를 만나다를 보고 왔습니다.

특히 사진 속 러시아 국립 푸시킨 미술관 소장품들이라, 올 초 러시아 여행에서

느꼈던 감회를 새롭게 할수 있었지요. 푸시킨 미술관을 갔던 날도 온 세상이

눈으로 가득덮힌 겨울이었습니다.

 

방대한 컬렉션을 일일이 살펴보기엔 5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4일동안 내내 8시간씩

봤지만 다 보지 못했듯, 이곳또한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바로크와 로코코를 넘어

현대미술에 이르는 광대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1층에 진입해서 들어가면 고대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이

정교한 대리석 조각으로 만들어져 회랑의 옆길에 즐비하게 놓여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조각들을 볼때는 옷의 주름처리 부분을 종종 보곤 합니다.

복식사를 좋아하는 탓에, 예전엔, 저 옷의 주름 하나, 드레이프에도 사회적 지위와 품계가

서려있었으니 말이지요.

 

 

1층 조각실의 모습입니다. 성인들을 하얀 백토조각을 했는데

너무 정교해서 눈이 부실 정도지요.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 피테르 클래즈가 그린

<아침식사>란 작품입니다. 이번 <서양미술거장전-렘브란트를 만나다>에선 다른 작품이

왔고. 위의 작품은 푸시킨 미술관에 소장된 다른 작품이지요.

 

이번 전시에서도 하나의 테마로 사용된 것이 바로 <바니타스>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의 허영, 교만을 꾸짖는 교훈적인 테마의 그림을 가리켜, 바니타스 화라고 합니다.

과일이나 생선, 음식물을 포함해, 꽃을 그린 그림들이 이 부류에 들어가지요.

한 가지 유념하셔야 할 것이, 이런 바니타스 회화란 것도 결국은

17세기 네덜란드 사회의 특징인, 해상무역과 시민 공화정으로 부를 축적한

시민 세력들에게, 종교적인 감성을 불어넣고, 자본주의 사회의 초기

많은 부작용들로 부터,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기 위한

그림이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건 모네가 그린 <카퓌신 거리>이고요. 이건 이번 전시엔 없어요.

푸시킨 미술관의 근현대 컬렉션에 가면 인상주의 작품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습니다.

 

 

드가가 그린 무희들의 모습도 고혹적이죠. 특히 파랑색 빛깔의 색감이

찬연한 느낌을 발산해서, 개인적으로 드가가 그린 무희 그림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합니다.

이것도 푸시킨 미술관의 소장품 중의 하나지요.

 

이번 <렘브란트를 만나다>는 푸시킨 미술관의 올드 마스터즈 컬렉션에서

골라온 작품들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서 바로크와 로코코 회화 일부, 신고전주의 작가

한명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네덜란드 회화는 일상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세계 최초의 시민 공화정답게, 귀족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역사의

주역이다 보니, 이들이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죠.

 

 

프랑수아 부셰의 <옴팔레와 헤라클레스>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로코코의 거장 부셰의 작품을 이곳에서 보게 되다니요. 루이 15세의 궁정화가였던

부셰는 신화 속 헤라클레스는 부드럽고 섬세한 육체의 선을 가진 존재로 그려냅니다.

친구 이피토스를 죽이고 그 댓가로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의 궁전에서 3년동안 종살이를 하게 되지요.

그녀를 위해 헤라클레스는 여장을 하고 옴팔레를 위해 황금양산을 받쳐주고, 네발로 궁전을

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동을 통해

3년의 세월이 지난 헤라클레스가, 그 안에 있던 잔혹성과 야수와 같은 면모들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점입니다. 결국 그가 사랑앞에 길들여졌을때

바로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는 그를 침대로 끌어당깁니다.

 

로코코 시대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사회 전반에

가득했던 시대였고, 그 시대의 거장인 부셰는 역시 에로틱하고 고혹적인

필치로 서로에게 길들여 지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그렸네요.

 

 

제가 좋아하는 안터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도 왔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서술하면서 사실 반 다이크의 작품들을

많이 분석했는데 정작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실리지 않은게 참 아쉽습니다.

 

패션 초상화의 시작이라고 볼수 있을 정도로

옷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지요. 특히 헤어스타일과 튈 소재의 숄, 옷의 주름처리

북해산 진주로 만든 띠는 임산부를 지키는 수호성자 마르가리타를 상징합니다. 흰옷을 입은

여자가 오른편 여인의 올케랍니다. 지금 임신중이라 축복의 장미를 꺽어 주려는 찰라지요.

 

 

오른편 그림은 루이즈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이 그린

<이반 바라틴스키 공의 초상>입니다. 제 책에서 이 화가를 소개하는데

꽤 긴 지면을 할여했었죠. 마리 앙트와네트의 친구이자 전속화가였던 그녀는

스스로가 굉장히 미인이었고, 그런 이유로 자화상을 참 많이도 그렸습니다. 그녀의 섬세한

터치와 인물의 장점을 잘 해석하는 능력때문에 많은 귀족부인들이 선호하는

초상화가가 되었지만, 프랑스 혁명이후 망명하게 되지요.

 

왼편그림은 더 놀랍습니다. 에스테반 무리요의 작품인데

스페인 바로크의 거장의 작품을 볼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일입니다.

단 주인공이 매춘부란 사실이 놀랍지요.

 

 

앞에서 말씀드렸듯, 네덜란드 회화는 두개의 큰 주제를 갖습니다.

시민 취향의 그림들, 소재가 주를 이루었다는 것과, 초기 자본주의 시대를

칭송하면서 한편으로 절제를 위한 도덕적 교훈을 담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꽃과 과일을 그린 것, 그 사물들이 오래 가지 않고 부패하기 쉬운

속성을 인간의 유한한 삶과 욕망의 기간에 적용한 것이고요.

 

 

 

 

17세기 미술사의 최고의 거장, 렘브란트의 <나이든 여인의 초상>입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많이 오질 않았습니다. 사실 채색화는 이 한점이 전부지요.

이런 부분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전시회 제목에 낚였다고 말하는 분도 봤는데, 그건 아닙니다.

 

적어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렘브란트의 에칭판화작품들은 그 완성도가

엄청난 작품들입니다. 제 책에서 소개한 렘브란트의 판화작품도 이번에 전시되었더군요.

철사로 어찌나 정교하게 긁어내 만들었는지,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지

놀랄 정도의 에칭 판화 작품들이 많습니다. 채색화만 있다고 다가 아니랍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엔 항상 빛과 어둠의 대조가 만들어내는

그림 속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그 면모을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17세기 플랑드르의 대표적인 화가 야콥 요르단스의 작품입니다.

그날 성탄절날 친구 두명을 데리고 이 전시를 가서 그림 설명을 하는데

많은 분들이 제가 도슨트인줄 아시고 30명이 넘는 분이 계속 설명하는데 따라다니셔서

아주 재미나게 설명하면서 돌아다녔어요. 플랑드르가 뭐냐고 묻던데

이건 오늘날의 벨기에 지역을 의미하는 과거 지명입니다.

 

그림 속 주제는 율리시스가 부하들과 함께

외눈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을 빠져나오는 장면이지요.

 

 

오른쪽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의 작품을 본 것도 오랜만이었네요.

스페인 황금시대를 구성하는 화가 중의 한명인데

작품이 서정적이고 절제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산합니다.

성모자의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하네요.

 

왼편의 피테르 판 데르 크로스의 작품을 보다보면

빛과 대기를 정교하게 묘사한 것도 놀랍지만, 어쩜 이리도 풍랑이 이는 바다의

풍광을 정확하게 묘사했을까, 몸서리가 쳐집니다. 네덜란드 사회는 신교를 믿는 사회였습니다.

기독적 가치가 시민들의 일상을 지배했지요. 파도치는 바다는 죄와 유혹으로 가득해

언제나 인간을 좌멸시킬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 일종의 상징입니다.

 

 

풍속화를 그린 브뢰헬의 작품입니다.

겨울이란 시간, 얼음위를 지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우주의 한 부분인 인간이, 거대한 시간의 수레바퀴 속의 일부로서, 겨울이란 시간이

끝나면 또 봄은 오고, 여름과 가을이 연결되며, 이것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 사계의 테마는 바로 브뢰헬이 즐겨 그린 테마입니다.  

 

 

얀 다비츠존 더 헤임이 그린 <바닷가재가 있는 정물>을 보고 있자면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이큽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니타스 회화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인생무상을 테마로

한 작품이지요. 지금 그림 속 붉은 기운의 가재나 달콤한 수액이 쭈욱 나올것 같은

과실들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퇴색해 버리고 말겠지요. 우리들의 삶이 그렇듯 말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거장 렘브란트의 에칭 판화 작품에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오늘 글을 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많은 이들이 렘브란트의 미술을 미학적으로만 접근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화가도 그가 살았던 시대의 정신과 경제적인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가 활동했던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는 물질의 풍요로움과 더불어 초기 자본주의의 병폐가 하나씩 드러나던 시대였다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그는 많은 초상화를 남겼습니다만, 그의 초상화엔 유독 노년의 인간과 여성차별에 대한 반대의 메세지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주목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는 수많은 자화상을 그리며 전성시대를 구가했고, 화가로서 브랜딩도 헸던 명장이었지만, 한편으론 초기 자본주의에 대한 반 자본주의 작가로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모습을 담았던 작가였음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것도 필요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그림 한 장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익혀가며, 그들도 우리와 같이 고민하고 상처입고 아팠던 인간이었다는 걸 배우는 건 중요합니다. 올 겨울은 유독 춥네요. 서민들은 하나같이 길거리에 나앉고 있는데,

 

OECD 기준으로 하위를 점유했던 복지예산도 다 줄이고 오로지 1퍼센트의 부자를 위해 충성하는 이 정권은, 입으로는 서민들의 민생안정을 이야기 하면서, 언론을 정권의 개로 만들려는 작태나 보이고 있습니다. 참 막막합니다. 렘브란트의 황금시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도 그들의 권력이 바니타스 회화 속 꽃의 운명을 닮았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할 텐데요. 마음이 아픕니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유난히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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