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어두운 시나리오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차곡차곡 쌓아온 모든 잘못된 관행들이
슬픔의 냄새를 풍기며 찾아와 있었다
하늘도 원치 않았던 일이었기에
바다보다 짙푸른 너희들이었기에
황당한 미안함에 파도도 몸을 떤다
세상이란 무대 위에 단 한번 제대로 서 보지도 못하고
이슬처럼 사라져간 아름다운 이름들!
생떼같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껍질만 남아 몸부림친다
어이할꺼나, 어이할꺼나,
그날 그 시각 그 자리에 있은 것이 잘못이었다
캄캄한 바다에선 얼마나 추웠더냐
뜨거운 불 화로에선 놀라지 않았더냐
4월은 기어이 잔인하고 말았구나
커다란 슬픔의 덩어리 삼킨
이 땅의 선한 백성들
분노와 미안함으로 침몰하고 있다
기다리라는 말 아직도 믿고 있니?
이제는 훨훨 날아가거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올 여름 밤 하늘은 별이 된 너희들로 인해
더욱 눈부시겠구나
-황미광 아녜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