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혹은 바위 - 김종제
생은 누구에게 뿌리로
무엇에게 바위로 박혀있다고
물을 밟다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다가
회전문을 돌아나가다가
쇠사슬을 잡고 절벽을 오르면
밖으로 드러난 목숨의 뿌리가
무덤의 바위를 휘감고 있다고
뿌리, 들어올린 내 발바닥 아래
죽지 않고 뻗어 내린 우물 있을까
지상의 어느 한 곳을
무수한 마음으로 떠받치고 있을까
살아서 움켜잡고 있으라
흔들리지 않게 부둥켜안고 있으라
바위, 내 눕힌 머리 위로
우뚝 솟은 뿔 있을까
천장의 어느 한 곳을
무수한 몸짓으로 뚫고 있을까
죽어서 껍질째 펼쳐놓고 있으라
손놓아 날려 보내고 있으라
동굴같이 텅 비어 있으라
뿌리에 뒤덮인 생을 바라보다가
바위를 묶어버린 생을 쳐다보다가
저것이 내 몸을 터뜨리고 나온 것이 아닐까
하니 발아래 뿌리가 해저 같다
머리 위 바위가 천근만근이다
♬ 아름다운 팝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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