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펌)

[스크랩]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남녀의 차이/조화

klgallery 2007. 7. 28. 21:26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 별로 어울릴것 같지 않은 조합. 그런데 개봉때 여자후배가 재미있을거 같다고 해서 기억해뒀다가 챙겨봤다. 역시. 노련한 휴와 능청맞은 드류가 선보이는 '깜찍한 사랑의 하모니'. 뻔한 듯해도 의외의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준다.
특히 휴 그랜트가 피아노 매장에 가서 즉석연주하고 결말에서 피아노 솔로곡을 불러주는 대목은 멋지다. 소피(어원 '지혜')처럼 시적인 표현들이 입에서 줄줄 나오는 실력도 부럽다. 타고난 작사가(born lyricist).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로망.
"I googled you" (네 작품에 대해 인터넷 검색해봤어). 요즘 세태에 딱 맞는 이런 대사도 재미. 대스타 소녀가수 '코라'로 나오는 헤일리 베넷도 생뚱맞은 표정/매력을 보여준다.


멜로디를 작곡하는 남자(알렉스)와 거기에 담을 가사를 만드는 여자(소피).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것이다.
"멜로디는 첫만남에서의 육체적인 매력/섹스이고, 가사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속에 숨겨진 이야기)이죠. 그 둘이 합쳐져야 마법이 탄생해요"
이 대사야말로 남녀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요약해준다. 외모에 한순간에 이끌리는 성급한 남자들과, 시간을 두고 알아가는 교감을 중시하는 여자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익숙한 비유처럼, 남녀는 그렇게나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라는 중간지점에서 만나 갈등하고 이해하며 '기적같은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애기가 나와요" ㅎㅎ

 

 

 

알렉스는 '라디오 스타'처럼 한물간 왕년의 스타다. 소피는 그에게 "당신은 영혼이 없는 노래만 불러서 망쳤다" 고 말해준다. 영혼이 없는 멜로디. 그리스신화에서 사랑의 이상형은 '프시케(영혼)와 에로스(육체적 사랑)'의 합일이다. 영혼이 없어 공허했던 에로스(그남자 알렉스)는 이제 영혼의 짝(그여자 소피)을 만나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다.
전에 알던 작업남 하나는 여자에게 이런 말을 그럴듯하게 써먹었다. "너는 내 영혼이야". 한국말로는 닭살 그대로의 멘트지만 상황에 맞춰 잘 변주하면 더할 나위없는 애정의 헌사다. 나로서는 뭐 "너는 내 영감(inspiration)이야" 라는 멘트가 더 좋아보이지만^^


그렇지만 그 영혼/소울메이트를 찾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직도 못찾은, 아니 평생 못찾을지도 모를, 혹은 바보같이 놓쳐버렸을지도 모를 그 영혼...
"쉬운 적이 없었어요. 멜로디에 어울리는 가사를 찾는게... 당신을 만나고 내 삶은 비로소 채워졌죠"


자칫 단조로울 뻔한 영화 줄거리에 곁들어지는 에피소드 하나는 '창작의 고통/실연의 상처'다. 소피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 예전 애인의 말 "그녀는 모방의 천재였다. 유명작가들의 문체를 흉내낼뿐 그녀 자신의 글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과거 남자는 비열하게도 소피를 소설속 주인공으로 써먹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다. 정작 그녀는 그 교수의 말 때문에 창작의 의욕을 완전히 접은 상태. 인터넷의 싸가지 댓글에 엄청 열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심정이다.
그런데 그녀는 정작 그 남자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복수를 못한다. 이런 바보~~~ 싶지만 그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복수를 멋들어지게 했으면 싶었다.

 

 

 

 

출처 : 영화 이야기
글쓴이 : 리언 원글보기
메모 : 보고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