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하반기 방송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야말로 '빅뱅' 이다. SBS 가 <내 남자의 여자><쩐의 전쟁> 으로 밤 10시대 프라임 시간대를 장악하고, KBS 가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서 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7월 이 후로 접어들면서 완전히 뒤 바뀔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 방송사가 내세우는 그들, '그들' 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극의 달인' 김재형 vs '사극의 귀재' 이병훈
2007년 하반기 주목해야 하는 인물들 중 '김재형' 과 '이병훈' 의 이름은 독보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다. 이미 사극이라는 장르에서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이들은 각자 SBS <왕과 나> 와 MBC <이산 정조> 로 컴백을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월화 드라마 편성이 유력하다는 점, 조선시대로 돌아왔다는 점 등을 통틀어 봤을 때 3번째 '대 격돌' 이 예상된다. 이제는 방송가의 알아주는 '맞수' 로 통하는 이들은 각각 2전 1승 1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어 이번 대결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왕의 여자> 이 후로, 오랜 기간 침묵의 시간을 가진 김재형의 컴백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반갑다. <용의 눈물><여인 천하> 등 굵직굵직한 사극을 만들어냈던 그는 이번에 만고 흥행불변의 소재인 '연산군' 카드를 꺼내들면서 흥행의 기치를 높이 들어올렸다. 연산군과 내관 김처선, 그리고 그 주변부를 둘러싼 권력 속성의 내면을 심도 깊게 파헤침으로써 <여인천하> 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내심이다. 이미 김처선 역에는 배우 오만석이 캐스팅 됐고 주인공 격인 폐비 윤씨 역에는 구혜선이 캐스팅됐다.
그러나 주연 배우의 이름을 압도하는 것은 오히려 중견 배우들의 명성이다. <여인천하> 로 연기대상을 받은 뒤, 평범한 주부로 돌아가 있던 전인화가 5년만에 '인수대비' 로 컴백하고, <주몽> 이 후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전광렬이 내시부 수장으로 캐스팅 됐기 때문. 게다가 <여인천하> 에서 김재형과 인연을 맺은 박상민이 합류했고 어우동 역에는 영화배우 엄지원이, 정현왕후 역에는 핑클의 이진, 무당 역에 김여진, 처선의 생모에 양정아가 열연할 예정이라 연산군 캐스팅만 잘 마무리되면 '환상의 캐스팅' 이 될 전망이다.
김재형 표 '정통사극' 이 이 정도 진용을 갖추고 있다면 이병훈의 '민중사극' 은 어떠한 위용을 갖추고 있을까. 아직 캐스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중요 배역인 영조와 정조는 이미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다. 영조 역에는 변함없는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있는 명배우 이순재가 캐스팅 되어 <허준> 의 영광을 되살릴 기세이고, 주인공 정조 역에는 <연인> 으로 주가를 높인 이서진의 캐스팅이 유력시 된다. 주인공으로 약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이병훈의 '선택' 을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상황.
게다가 <허준><상도><대장금><서동요> 로 이어지는 이병훈 표 '민중사극' 은 이미 그 어떤 브랜드 보다도 확고한 위치를 지니고 있어 대중들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과연 김재형과 이병훈 중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될까. 김재형으로서는 <여인천하> 의 위상을 되살리고 <왕의여자> 를 설욕하는 차원에서, 이병훈에겐 <대장금> 의 뒤를 이어 다시 한 번 '승리' 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써 이번 대결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흥행파워' 임성한 vs '흥행불패' 김수현 vs '흥행전문' 문영남
젊은 사람들에게 홍자매, 이경희 등이 '인기 작가' 라지만 채널권을 쥐고 있는 주부들에게 먹히는 'BIG 3' 작가들은 임성한, 김수현, 문영남이다. <보고 또 보고><온달왕자들><왕꽃선녀님><인어아가씨><하늘이시여> 로 5연속 홈런을 날린 임성한은 다시 고향인 MBC 일일드라마로 복귀했다. '검사' 집안을 소재로 한 유쾌한 홈드라마로 기획 된 임성한의 차기작은 <아현동 마님> 으로 알려져 있고 왕희지 등 신인 탤런트 등이 대거 합류한 상황이다.
특히 임성한은 MBC 측에 7시 45분으로 배정 된 편성표를 8시 20분으로 돌려달라고 요청해 주목을 받고 있다. 8시 20분대는 <거침없이 하이킥> 이 방영되고 있는 시간대로 KBS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 과 맞대결을 벌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즉, 임성한은 대결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맞섬으로써 KBS 일일드라마와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작정인 것이다. 예전부터 'KBS 킬러' 로 알려져 있던 임성한의 움직임은 이제 그 자체로 '권력' 이 되어 가고 있는 중.
<정때문에><바람은 불어도><애정의 조건><장밋빛 인생><소문난 칠공주> 등 KBS 에서 주로 활약해 오던 문영남은 SBS 주말극으로 자리를 옮겨앉았다. 주부층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서 탁월한 흥행감각을 선 보이고 있는 그녀는 다시금 '결혼' 과 '이혼' 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주말 안방극장을 장악할 예정. 최근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KBS <대조영> 이 장악한 주말 10시 프라임 시간대를 '문영남' 이라는 흥행카드가 장악할 수 있을지 귀추고 주목된다.
최근 <내 남자의 여자> 로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승승장구 하고 있는 김수현도 10월께쯤 KBS 홈드라마로 돌아온다. '불륜' 이라는 치명적인 소재로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에 KBS 쪽으로 컴백할 때는 <목욕탕집 남자들> 같은 코믹 홈드라마나, <부모님 전 상서> 같은 가정극으로 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 항간에 알려진 드라마 <모래성> 리메이크는 잘못 된 소문으로 아직까지 <모래성> 의 리메이크 계획은 잡혀있지 않다.
'승승장구' 홍자매, <홍길동> 으로 4연타석 홈런?
중견 작가들의 움직임만큼이나 신예 작가의 대표격인 홍자매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만은 않다. <쾌걸춘향><마이걸><환상의 커플> 로 이어지는 '홍자매의 드라마' 가 이미 젊은 세대에게는 먹히는 브랜드로 자리잡은데다가 <환상의 커플> 의 매니아층이 그대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코믹 속에 버물리는 능력이야 말로 동시대에 홍자매를 따라올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번에 홍자매가 선택한 소재는 바로 '홍길동'.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KBS 로 확정이 됐고, 연출은 <쾌걸 춘향> 시절 홍자매와 인연을 맺은 신예 PD 이정섭이 맡았다. 홍자매의 작품이니만큼 월화나 수목 미니로 편성 될 가능성이 큰데 만약 주간 편성이 확정 된다면 하반기 드라마 판세에 지각 변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말 많고, 탈 많은 <태왕사신기> , 그래도 믿어볼까?
김종학 PD 의 기자회견으로 '<태왕사신기> 방송 연기' 사건은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작년부터 방영이 예정됐던 작품이 근 1년 동안 미뤄진 이유에 대해서 이제야 속을 털어놓게 된 것. 사실 <태왕사신기> 는 방영 전부터 표절 문제부터 시작해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400억이나 들어간 제작비에 욘사마 배용준의 출연, 문소리 등 충무로 배우들의 출연이 결정되면서 그러한 송사는 그야말로 '생채기' 에 불과한 작은 상처로 여겨졌다.
그러나 <태왕사신기> 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은 계속 되면서 소송이 끊이질 않았고 급기야 '배용준이 촬영장을 떠났다더라' '송지나가 극본에 손을 떼고 미국으로 출국했다더라' 라는 카더라 통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결국 밝혀진 바로는 '대본 문제' 로 작품이 중간부터 수정되기 시작하면서 작품 자체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고.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 등 대작들을 줄줄이 쏟아낸 송지나가 대본에 어떤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는지 몰라도 이 작품은 어찌되었건 MBC 의 '애물단지' 로 전락했다.
위기를 맞고 있는 MBC 의 유일한 구원투수였던 <태왕사신기> 가 방영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2007년 MBC 라인업은 불투명해진 상황이지만 김종학이 "무조건 9월에 맞추겠다." 고 호언장담하고 있고 일본측과의 계약도 있기 때문에 아마 9월 중 '월화 라인업' 이 아니라 '수목 라인업' 쪽으로 빠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MBC는 9월에 월화 <이산 정조>, 수목 <태왕사신기> 을 방영하는 일대 '사극 열풍' 에 휩싸이는 기이한 편성표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큰 손' 최완규, <주몽> 파워 그대로.
방송 작가계에서 최완규 같은 거물도 드물다. 회당 4000만원의 파격 대우를 받고 있는 김수현과 최단기간 2000 클럽에 들어간 임성한을 제외하곤 최완규에 대적할 인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특히 김수현과 임성한이 대부분 주부층을 시청자층으로 주목한다면 최완규는 남성 시청자들을 움직여 '대박' 을 터뜨리는 작가다. <허준><상도><주몽> 등 그가 쓴 '대박작' 들의 공통점은 남성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는 것들이다. 비교적 여성 시청자들에게 집중했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나 <폭풍속으로> 가 시원치 않은 흥행을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07년 초반 <주몽> 으로 MBC 의 기세를 단단히 세운 그는 <주몽> 에서 인연을 맺은 송일국, 영화배우 장진영과 <엔젤> 을 준비하는 한편, 김래원 주연의 <식객>, 그리고 드라마판 <쉬리> 등을 준비하며 엄청난 다작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엔젤> 은 오는 9월 중 방영 될 예정이고 <식객> 역시 이미 기자회견을 마치고 티져 포스터를 찍은 상황이라 조만간 편성 라인업이 가시화 될 듯 하다. '큰 손' 최완규의 움직임은 예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분주하다.
배우 압도하는 제작진들, 그들의 '신화' 는 계속된다.
'스타' 가 무용지물이 된 지금 시대에 다시금 주목 받는 것은 유명 작가와 PD들이다. <국토만리> 로 한국 최초로 사극을 내놓고 <용의 눈물> 로 한국 사극의 지형도를 바꿔 놓은 '사극의 달인' 김재형 PD. <조선왕조 500년> 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고, <허준><대장금> 으로 민중사극을 완성시킨 '사극의 귀재' 이병훈 PD.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 로 안방 극장을 발칵 뒤집어 놓고 이제는 한국 드라마를 짊어지고 있는 '여의도 파워' 김종학 PD.
40년간 안방극장을 종횡무진 하며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 방송가에 혜성 같이 등장해 파격적인 소재로 안방 극장을 휘어잡은 '흥행파워' 임성한 작가. 홈드라마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보이며 시청률에서 거의 실패 하지 않은 '흥행전문' 문영남 작가. 남성 시청자를 안방으로 끌어 당기고 무너지지 않는 거대 파워를 소유한 '큰 손' 최완규.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카이스트> 등의 대작을 선보이며 여성 작가로서는 남다른 행보를 걸었던 '파워작가' 송지나 작가. 신선한 감각으로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드라마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 홍자매.
이들의 움직임은 '역사' 가 되고, '전설' 이 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화' 는 과연 한국 대중문화 역사 판도를 어떻게 뒤바꿔 놓을까. 2007년 하반기, 드라마 시장이 '그들' 로 인해 요동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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