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저편언덕 -류시화-

klgallery 2006. 9. 6. 11:07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스톰프 뮤직의 명상 음악 모음집('바람이 흐르는 곳으로 가다')'흐르는 강물'  



어느 봄날의 독백


봄은 잔인 합니다
일제히 달러들어 나를 고문합니다.


그리운 것들이 너무 많은 죄인 가요


지천에 핀 꽃이
가슴을 아리게 하고
청명한 햇살에 눈이 멀 것 같으며
라일락 향기가 온 몸의 감각을 때려
자지러질 것 같습니다


그런 날에는
그리운 것들이 더욱 선명해서
윤동주의 시처럼 그 이름들을 불러 보곤 하지요
이름 끝에서 맴도는 말은 언제나
어머니, 어머니.....


천지간에 꽃피고
새 울고, 물 흐르고
세상일 아름다울수록
나는 더욱 쓸쓸해집니다.
까닭 없이 심란해지는 배반의 의미는
무슨 심사일까요


그러나, 봄이 주는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그리움이 병이 된다 해도
외로움이 잔인하게 고문해도
끝내는 삼라만상의 작당에 휘말려
기절한대도
다시 깨어나면
그렇게 중얼거릴것입니다.


‘그래도 봄날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