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나는왜 몰랐을까 -박항률님-

klgallery 2006. 1. 26. 13:03

 

   나는 왜 몰랐을까
땅바닥에 작대기로 엄마 얼굴 그릴 때
나는 왜 몰랐을까
소쩍새 울음소리 들릴 때마다 엄마가 내 몰래 흘리던
눈물을
나는 왜 몰랐을까
전봇대 앞에서 마주 쳤던 코흘리개 머슴애의
맑은 눈빛을
수줍은 계집아이의 발그레한 빰빛 노을을
소나무 그림자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슬픈 바람을
나는 왜 몰랐을까
길섶에 버려진 거지인형에게
왜 밥 한 그릇 따뜻이 먹이지 못했을까
                박 항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