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에서 짜장면을
이진명
10월의 한 일요일
안국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친구와 그의 아들
나와 나의 딸 네 사람
안국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원래 만난 것은 仁寺 였지만
인사의 진열장 전통도자미술품 구경도 짐 같고
북치고 장구치는 엿가락 치는 장사와 소음
전통의 어짐도 절도 없이
어깨와 어깨가 치이는 옹색한 거리 벗어나
안국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물러나 앉은 듯한 조용하고 한산한 일요안의 안국
용케도 마침
지난 연대의 이발소그림 같은 낡은 중국집이
하는 듯 마는 듯 영업하고 있었다
짜장면은 기대도 안 했는데 맛있었고
우리 자리 둘 건너 한 가족이 더
우리처럼 쪽쪽 짜장면을 길어올렸다
어린 딸 아들 손잡고
뒷길 안정한 안국에서 보낸 한낮
짜장면 면과 함께 길어올린 시간은 짜장 괜찮았다
10월 햇빛과 가로수가 앞 배경이어서
자동차가 띄엄하게 빈 도로를 후면 배경이어서
우리도 쪼금은 눈부셨다
정담의 무슨 작은
전통자기 茶碗의 시간처럼 은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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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아마 중학교 까까머리 때였던 것 같습니다.
사는 데가 워낙에 낙후된 농촌지역이어서
날잡아서 가거나 장날이 아니면
자장면 한 그릇 얻어먹는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자장면을 받았을 때
그 까만 게 뭔 맛인지도 모른 채
후루룩후루룩 감아넘겼습니다.
세월이 지나 턱부염이 까칠해질 즈음
자장면 맛을 알았더랬습니다.
지금은 수제 자장면을 곧잘 만들지만
그때 그 맛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배 고팠을 때 먹었던 자장면 한 그릇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댔지만
그 감흥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문득 이진명님의 자장면을 음미하다가
애상에 젖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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