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김재진/ 마음의 길

klgallery 2012. 4. 12. 17:32

마음의 길 - 김재진 

 



마음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 가쁜 모양이다.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더러는 비틀릴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항아리 있어
그 안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익혀 먹고 싶은 모양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달그락달그락 설거지 하고 있는 저녁
일어서지 못한 몸이 따라 문밖을 나서는데

마음에도 길이 있어
갈 수 없는 곳과, 가고는 오지 않는 곳으로 나뉘는 모양이다

'나그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피천득님의 수필  (0) 2012.04.13
장미의 이름으로  (0) 2012.04.13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인것을  (0) 2012.04.12
구상/ 은총에 눈을 뜨니   (0) 2012.03.17
아버지는 누구인가  (0) 201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