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에서 이국적인 외모와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43명의 합창단원을 제압한 박칼린 음악감독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 선데이' 1부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이하 남자의 자격)에서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4명의 오합지졸 연습과정이 그려졌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합격자들과 함께 더불어 주목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박칼린 감독. 그녀는 의욕과 열정이 앞선 '신생' 합창단 개개인의 목소리를 기억하기 위해 셔츠가 젖어가도록 목청을 높이며 활약했다.
사실 그녀의 인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오디션 편이 전파를 탔을 때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시청자들의 즉각 반응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물론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을 정도.
박칼린 감독의 매력은 단연 '부드러운' 카리스마다. 조용조용한 말투 속에서도 힘이 있는 전달력, 옆집 누나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온 전문가의 섬세함이 바로 그녀의 파워를 뒷받침한다.
또 멤버들의 장난에 어린아이처럼 박장대소를 하다가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면 소리를 안내도 모르겠다"는 김성민의 농담에는 "누가 그런 말을 했냐"며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지휘자로서의 평정심을 잃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특히 그녀는 그간 평균나이 40세 멤버들에게는 부족했던 '대모' 역할을 하며 자연스럽게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 이른바 호탕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시청자들은 해당 게시판을 통해 "합창 단원들의 하모니에 소름이 돋았다. 단시간에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박칼린 감독의 실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오합지졸 합창단의 장점을 잘 드러내게 해주는 박칼린에 감동했다" 등 글을 올리며 칭찬일색 했다.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자의 자격'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박 감독의 트위터 멘트를 리트윗(RT) 해 폭풍 감동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박칼린 감독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악작곡학을 전공하고 현재 킥 뮤지컬 스튜디오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 감독은 뮤지컬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시카고' '아이다' '한여름 밤의 꿈' 등 국내 뮤지컬에서 그 실력을 입증 받았다.
아하, 그 음악? 이 감독! <br>""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
세계일보 | 입력 2005.01.16 05:18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실. 훌쩍 큰 키에 서구적인 모습의 여성이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노래 지도를 하고 있다. ‘신시 뮤지컬 컴퍼니’ <댄싱 섀도우>의 연습 현장이다. <댄싱 섀도우>는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세계무대를 겨냥해 만든 뮤지컬. 6?5로 여자들만 남은 마을에 공비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아리엘 도르프만의 극본, 에릭 울프슨의 작곡을 거치면서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오는 7월 8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우리말 가사로 초연한 후 세계로 나간다는 계획. 우리 뮤지컬이 처음부터 세계무대를 겨냥해 제작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신 나간 과부들이 노래하는 거야. 그 느낌을 살려야지.” 노래 지도를 하고 있는 음악감독 박칼린. 그는 음악감독 1호로,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연습 후 잠시 짬을 낸 그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에게서 어느 순간에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음악을 공부한 그. 미국에서 태어난 뮤지컬이 한국에 뿌리내리고 꽃피는 데 그가 어떤 역할을 했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페임> <렌트> <사운드 오브 뮤직> <시카고> <노틀담의 꼽추> <미스 사이공> <아이다> …. 그가 음악감독을 맡아 무대에 올린 작품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숨찰 정도다. 외국어 가사를 우리말로 번안하고, 극 흐름에 맞춰 어느 노래가 어디에 들어갈지 구성하고 편곡하고, 배우와 오케스트라를 캐스팅해 연습시키고, 막이 오르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음악감독의 역할에 대해 박칼린 씨는 “관여하는 일이 너무 많아 오히려 없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그런데도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일부러 찾는 팬들이 많아졌다. 음악감독의 역량에 따라 뮤지컬의 음악적 완성도가 좌우되니, 그는 우리나라 뮤지컬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각광받는 데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한 존재라 할 수 있다. 그가 뮤지컬 음악감독이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한 번도 무엇이 되어 보겠다고 문을 두드린 적이 없는데, 자신을 먼저 발견하고 이끌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온 것이라고 한다. 처음 자신을 알아본 사람은 미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연극반 선생님이었다. 학교 뮤지컬 공연 때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를 위해 역할을 만드시더니 첼로 연주를 쉬는 사이에 1인 5역으로 무대에 오르게 하셨다. ‘내성적이었던 나에게서 무엇을 보셨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이것이 그의 무대인생에 서막이 됐다. 고등학생 때 잠시 한국에 살았던 그는 1년간 경남여고에 다니면서 연극반 활동을 했다. 그때 만든 마당놀이 형식의 뮤지컬로 연극제에서 연기상을 받았다. 미국으로 돌아가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총괄음악을 전공하고, 서울대 국악과 대학원으로 돌아왔다. 그의 피와 마음속에 동서양이 함께 있기 때문일까? 피아노, 첼로 등 서양악기와 가야금, 대금, 장구 등 우리 악기에 모두 끌렸다고 한다. 그리고 명창 박동진 씨를 만났다. 하와이를 방문하는 인간문화재의 통역을 맡았을 때였다. 박동진 명창이 보자마자 “너, 소리해야 쓰겄다” 박동진 선생은 그를 보더니 대뜸 “너, 소리해야 쓰겄다”고 말했다. 그때 그의 대답은 “장난하시는 것 아니죠?”였다. 그 후 3년이 넘게 매일 박동진 선생을 찾아가 소리를 익혔다. 박동진 선생은 열성적으로 그를 가르쳤다. 그는 자신의 삶이 이런 인연들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 자신을 먼저 알아봐 주고, 길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의 명성 덕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계로 들어왔다. 뮤지컬 연출가 윤호진 씨가 그를 알아본 것. 1990년대 초, 우리나라 뮤지컬이 아직 뿌리내리기 전이니 음악감독이라는 역할이 뚜렷하지 않을 때였다. 배우들 노래 연습을 시키는 등 이 일 저 일을 돕던 그가 음악감독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것은 1995년 초연한 <명성황후>를 통해서였다. 구한말을 소재로 한 이 한국적 뮤지컬에 그는 동서양 음악을 섭렵한 자신의 역량을 녹여 넣을 수 있었다. 그는 ‘마녀’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무섭게 몰아치는 음악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작품에 임하면 관객이 얼마나 들지, 돈이나 명성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은 아예 머릿속에 없다. 오로지 작품만을 위해 올인한다. “어떻게 음악적으로 완성도를 높여 뮤지컬을 만들 것인가에 몰입하죠. 이건 내게 주어진 퍼즐을 푸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문제를 푸는 게 재미있어서 이렇게 살아요.” “이왕 하기로 했으면 똑바로 하라”가 그의 좌우명이다. “먹고살려고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말이 제일 싫다면서 “어쨌든 그것도 자신의 선택 아닙니까? 선택을 했으면 똑바로 해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붙잡고 연습을 시키는 그에게 배우들이 스트라이크를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너희들끼리 해보라”고 손을 딱 뗐는데, 결국 “연습이 덜된 채 나가니 무대에서 박수 받는 게 부끄럽다”며 그들이 백기를 들고 나왔다. 요즘은 몰아붙이지 않고도 원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요즘 그의 관심은 ‘돕는 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자신이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뮤지컬 음악감독과 배우, 스태프, 연주자를 발굴해 양성하는 ‘킥 뮤지컬’도 세웠다. “사실 노래를 시켜 보기도 전, 오디션 보러 들어오는 것만 봐도 느낌이 팍 오는 친구들이 있지요.” 한국 뮤지컬계에서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는 조승우를 2000년 <명성황후>에 캐스팅한 것도 그였다. 연습 중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받아먹는지 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고 한다. 최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역에 캐스팅된 오진영 씨의 경우 “너는 할 수 있으니 여주인공에 도전하라”고 힘을 불어넣었는데 그대로 됐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 온통 일에 몰입했다 삽살개를 데리고 여행을 하거나 경비행기를 조종하거나, 혹은 요리, 청소, 설거지 같은 일로 머리를 비운다는 그. 이제껏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에 최선을 다해 왔다는 그에게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물었다. 역시 이상주의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주비행? 아니면 샹그릴라 같은 이상향을 찾아가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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