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원태연
며칠 전부터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다
소리를 내지 않는 둥근 벽시계는 두 시에서 세 시를
묵묵히 건너가고 있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끄적이며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
아마도 며칠 전부터 시작된 장마 때문인 것 같다
작년 장마 때도 이렇게 빗소리 끄적이며
조냈던 것 같은데, 올해도 빗소리 쓸 줄 몰라
이렇게 끄적이고만 있다
며칠 전부터 통 잠이 오지 않는다
"그립지. 그리워 죽겠지. 왜 아니겠어
그러나 말할 틈을 주지 않잖아.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잖아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이빨이 또 아픈지
니가 보고 싶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서 또 울었는지
답답해서 왜 이렇게 답답할까 생각해보면
그 끝에 너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잖아"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쓰라린 마음. 쓰라린 기억. 쓰라린 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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