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해마다 유월이면 /최승자

klgallery 2009. 6. 12. 10:39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 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다.


언제나 리허설 없는 개막이었던

당신의 삶은 눈치 챘었겠지요?

내 삶이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만과 교만의 리허설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극장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저 혼자 숨어서 하는 리허설뿐이로군요.

그래도 다시 한 번 지켜봐주시겠어요?

(I go, I go 나는 간다.

Ego, Ego,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