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스크랩] 꽃마리 작은 꽃송이

klgallery 2009. 3. 13. 10:31

 

어제 제비꽃을 찍고 나서 자동차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데 소운동장과 주차장 사이

시멘트 포장을 의지하여 뭔가 조르르 꽃이 보이는 것 같아 자세히 본즉 꽃마리였다.

작년 대운동장에서 찍을 때는 좀 더 크게 느꼈었는데, 순간적인 착각이었다. 정말

매크로렌즈가 아니고서는 대볼 수도 없는 아주 작은 우주라고나 할까. 다시 권경업

어른을 위한 동시 '하늘로 흐르는 강'에서 뽑은 시 몇 편과 함께 내보낸다.


꽃마리는 지치과에 속하는 2년생초로 꽃이 필 때 태엽처럼 둘둘 말려 있던 꽃들이

펴지면서 밑에서부터 1송이씩 피기 때문에, 즉 꽃이 둘둘 말려 있다고 해서 이름을

'꽃마리' 또는 '꽃말이'로 붙였다고 한다. 키는 10~30㎝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

밑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져 한군데에서 많은 개체들이 모여 난 것처럼 보이고

전초(全草)에 짧은 털이 잔뜩 나 있다.


꽃은 4~5월에 연한 하늘색으로 피는데 지름이 2㎜ 정도로 아주 작다. 봄에 어린

순을 캐서 나물로 쓰기도 한다. 이른 봄 해가 잘 비치는 양지에서 몇 개체씩 모여

피는데, 꽃마리와 비슷하나 이보다 약간 꽃이 늦게 피는 식물로 덩굴꽃마리와

참꽃마리, 좀꽃마리가 있다. 덩굴꽃마리는 곧추서지 않고 옆으로 기면서 자라고,

좀꽃마리는 꽃의 지름이 6~8㎜로 꽃마리보다 크며, 또한 참꽃마리는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1송이씩 피는 점이 다르다. (申鉉哲 글에서)

 


♧ 봄비 2


누구일까요, 처음

‘봄’이라는 글자를 쓴 이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분에 꽃이 피고 있습니다


상고上古적, 가슴 부푼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맨 처음 고백을

설레이며 받은 그 사내일까요


달력갈 수 없는 마음에, 멍하니

장지문 열어놓고

추녀 끝 그릇의 빗물을 보고

‘비’라는 상형문자를 생각한 이도


 

♧ 무지개


천사의 눈썹입니다


흐르는 강물이었는지

함박꽃 무늬 하얀

아후강 뜨개질 탁자보 위의 어항이었는지 아련하지만

여우비에 젖어, 촉촉이

물 안을 들여다보면 곱고 선한 눈매가 있었습니다


비를 맞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바라본, 그 때 사랑하게 된 물 밖의,

 


♧ 눈雪


누가 이렇게도 다정한

소식 보내옵니까


받아 쥐고 돌아서면

금방 눈물이 되는,



♧ 7월의 포도는 시다


검은 빛의 호기심에, 살짝

입속에 넣고 으깨다가

신음처럼 뱉어냅니까


으아! 시詩다!

 

 

♧ 사랑이라 쉽게 말하지 마세요


사 - 랑, 사-르-랑

사랑이라 쉽게 말하지 마세요


섬뜩하게 날선 장검(長劍)을

칼집에서 뽑는 소리 같지 않습니까


그 말끝에, 썩둑

누군가는 베어져, 뜨거운 눈물

피처럼 철철 흘릴 수 있으니까요

 

 

♧ 겨울강


내가 얼어붙은 것은

머무르고 싶어서가 아니다

흘러가기 싫어서도 아니다

그저, 출렁이고 흔들리는

자신이 싫어서다

때론, 소리 낮춰 울던

여울목의 쓰라림을

바닥까지 말갛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때문이다


강물은 혼자 있을 때만 언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나그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범위귀 /최영희님  (0) 2009.03.25
루디야드 키플링/만일  (0) 2009.03.24
김수환 추기경의 일생  (0) 2009.02.16
The Rose   (0) 2009.02.11
밤마다 우는 바위 /이생진  (0) 200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