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밤마다 우는 바위 /이생진

klgallery 2009. 2. 11. 10:32

 

 

민박집 뒤 언덕을 돌아

밭둑에 서 있으면

바다를 가로막은 예덕나무 한 그루

바위에 올라타고

바위의 목을 조르고

바위에 뿌리박고

그렇게 수십 년

결국 바위가 갈라지면서 밤마다 울었다

파도가 자고 마을 사람들이 잠들었는데도

바위만은 자지 않고 울었다

톱에 잘리는 나무가 바위를 갈라놓은 것이다

나무는 흙이 없으니까 바위 밑으로 흙을 찾아 내려간 것이

아차 실수로

바위의 심장을 갈라놓은 것이다

둘은 밤마다 울었다

바위는 갈라진 가슴이 아파서 울고

나무는 바위에게 가슴 아픈 짓을 해서 울었다

둘은 밤마다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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