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펌)

[스크랩]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하느님의 눈물

klgallery 2007. 7. 19. 14:26

크라이스트기다림 끝에 마침내 이 영화를 봤다. 신자가 아닌 내게도 이렇게 감정의 충격이 큰데 독실한 신자는 차마 눈뜨고 못볼 극사실주의의 고통과 수난의 영상이었다. 관습적인 슬로우모션과 클로즈업 등의 화면기법과 할리우드다운 배경음악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무게는 관객을 사로잡고 짓누르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음울하게 잿빛으로 가라앉은 하늘... 오늘 하루는 가슴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날이다.

온 살이 찢겨나가고 피가 사방으로 튀는 치명적인 매질을 하며 낄낄대는 병사들. 얼굴에 침을 뱉고 가시관을 씌우고 온갖 조롱을 가하는 사람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가혹할 수가 있을까... 인류를 대신해 말로 못할 고통을 고스란히 받는 예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멜 깁슨은 오늘날 인류의 자화상을 들이대는 것 같다. 2천년이 흘렀어도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르는 광기는 여전하다. 유대교 지도자들과 광기어린 군중 사이로 사악한 눈빛을 흘리며 부유하는 사탄의 얼굴이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비칠 듯하지 않은가.

# 하느님의 눈물
이 영화에서 가장 경이적인 화면처리는 예수의 죽음 직후 하늘에서 떨어지던 '눈물' 한방울이다. 저 높은 우주적 깊이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시선도 차마 그 비극엔 무심할수 없었을까. 인류 최악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골고다 언덕을 내려다보던 화면(시선)은, 마치 우리가 눈물을 흘릴 때처럼 순간적으로 흐려지면서 한방울 물이 되어 지상으로 하강한다. 예수의 십자가 옆에 떨어진 그 눈물은 신의 분노처럼 지진과 폭풍을 일으킨다. 그 눈물은 그순간 성모의 눈에서 흐르던 한줄기 눈물이자 예수 자신의 눈물이기도 하다.

멜 깁슨은 자신의 탁자에 떨어진 '예수의 수난에 관한 책'을 보고 계시처럼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멜 깁슨 자신이 눈물어린 열정으로 인류의 눈동자에 선사하는 '영상 성사'이기도 한 셈.

# 감긴 오른쪽 눈
수난의 예수는 줄곧 오른쪽 눈이 거의 감긴 채로 나오는데... 그건 아마도 '지상에서 사라진 정의'의 상징처럼 보인다. 남은 왼눈에서 수시로 흐르는 고통과 대속의 눈물은 그 상실을 더욱 강조하는 듯하다.
영화 첫장면 예수는 졸고있던 제자들에게 "잠시도 온전히 깨어있질 못하느냐(?)" 고 나무라는데... '지상에서의 마지막'을 예감한 예수가 '평소와는 달리' 보인 엄한 태도에 당황하는 제자들. 자신이 떠난 후를 대비해 제자들의 '치열한 눈뜸'을 일깨우는 예수의 눈빛은 영화 내내 관객(!)들의 눈을 응시하고 있기도 하다.

칼로 사는 자는 칼로 망하리라... 원수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라. 그렇지 않고서 어찌 상이 있으리요...
오늘도 '신의 이름으로' 적을 응징하는데 몰두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이 말씀은 다만 수사일 뿐인가. 오히려 한쪽에선 이 영화마저도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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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다 언덕에서 성모가 움켜쥐었던 흙/모래를 떨어뜨리는 장면..... 그것은 예수가 지상에서의 육신의 속박을 놓아버릴 때가 되었다는 것, 성모 자신이 부여한 육신의 부분을 이제는 벗어나라는 뜻으로 보인다.

영화상에선 큰 역할도 대사도 거의 없는 사도 요한의 얼굴이 영화내내 자주 화면에 잡히는데..... 그건 멜 깁슨이 자신을 사도 요한의 위치에 두고자 함인 것 같다. 예수의 마지막 시간들의 기록자... '영상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영화 마지막 장면..... 긴 암전의 끝, 어둠속에서 빛처럼 부활한 예수는 이제 오른쪽 눈을 선명히 뜬채 일어나 오른쪽으로 간다.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의 구도를 생각해보면 관객들은 다행히도(!) 몸을 반쯤 돌린 예수의 오른쪽(구원의 쪽)에 위치해 있다.
예수는 이제 더이상 고통의 눈으로 관객을 보고 있지 않다. '그'가 계속 우리를 오른쪽에 둘지는... 우리들 각자에게 달렸으리라.

 

 


 

출처 : 영화 이야기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 영화의 장면들이 다시 떠올라 전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