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왜 나는 지천에 널려있는
평범한 존재냐고 투정하지 않았다.
풀잎은 왜 나한테는 꽃을 얹어 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기는 하였지만,
이슬방울 목걸이에 감사하였다.
때로는 길 잃은 어린 풀무치의
여인숙이 되어 주는 것에 만족하였다.
1..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시오.
까치네는
오늘아침에도 부부싸움을 벌였다.
“까치까치까치.”
“까치까치까치.”
사흘이 멀다하고 일어나는 말다툼이었다.
저녁이
되어 남편까치가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둥지에 불평귀신이 붙은 것 같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주 싸울 리가 없어.”
아내
까치 또한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걱정구신, 불평귀신이 다 붙어 있는 것 같아요.
둥지에 오면 걱정 불평이 그냥
쏟아지니...”
부부까치는 이튿날 산까치 도사를 찾아갔다.
“처음엔 저희 집이 안락 둥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걱정
불평 둥지입니다.
귀신이 붙은 것 같사오니 그것들을 쫒아내는 비방 좀 가르쳐 주십시오.”
산까치 도사가
말했다.
“우리들은 기쁨을 '까치까치까치'하지요.
마찬가지로 불평도 '까치까치까치'하지요.
이 기쁨과 불평도 한 입에서 나오는
것이지
다른 귀신이 시켜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문제는 '나'한테 있는 것이지요.
다만 기쁨은 첫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데
반해
불평은 묵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 둥지를 틀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러면 불평이 걷히고 기쁨이
나타날 것입니다.”
2..복을 아껴라.
절
후원에 숨어서 숨을 쉬고 있던 씨앗 하나가
어느 날 눈자위가 간지러워 눈을떴다.
그러나 아직도 저 만큼에는 잔설이 남아 있지
않은가?.
씨앗은 지레 겁이 나 얼른 눈을 감았다.
그런데 발그레한 기운이 뺨에 어리어 다시 눈을 떴다.
그것은 담장
곁에 있는 동백나무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빨갛게 피어있는 꽃송이들.
씨앗은 동백나무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어떻게 이
추운 겨울 날씨에도
꽃을 피워 낼 수 있는지요?
비결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동백나무가 대답했다.
“복을 아껴서
살면 한겨울에도 꽃이 피는 기적이 있는 법이다.”
씨앗이 말했다.
“복을 아끼라니요?
이 절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부처님께 복을 달라고
빌던데요?”
“그것은 욕심 많은 인간들의 바람이지.
사실은 이 세상에 복이 널려져 있는데
간수를
못하는 것이야.”
씨앗이 물었다.
“복이 어디에 널려져 있는가요?”
“저기 저 햇볕을 보아라.
이 얼마나 따뜻하고 많은
복이냐.
어제는 촉촉히 비가 내렸지.
그것도 고마운 축복이야.
그리고 오늘도 이렇게 건강함을
주셨고...”
동백나무가 말을 이었다.
“나는 작은 복을 아낀다.
햇볕 한 톨, 비 한 방울, 바람 한 점,
그것을
모으고 모았더니
이렇게 한겨울 날에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기적이 되더구나.”
씨앗은 눈을 번쩍 떴다.
대웅전의
부처님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정채봉,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중에서 -
나는 간혹 '당신은 별나다' 라는 말을 듣는다.
너무 현실 같지 않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단호히 우리 이웃 가운데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항변한다.
우리가
찾지 않아서 아름다움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 정채봉의"좋은예감 "중에서
'Love Letter'에 '대지를
적시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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