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너에게로 가는 손 / 신현림
나날은
떠나는 새처럼 떠나지 못하고
흐르는 물처럼 흐르지 않고
거친 파도처럼 고동치지 않았다
아무 위안도 없고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는 슬픔에 갇혀
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너와 함께 하는 희망이
수레바퀴처럼 구르지 않아도
먼 마을의 개가 짖듯이
백일홍이 울부짖듯이
나의 손은 너에게로 간다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시간 / 신현림
이불 틈으로 거친 바람이 들어왔다
이불 틈으로 구름이 들어왔고 잔디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불 속으로 잠시 비가 내렸고 해가 떴다
이불 속에서 꽃이 자랐다
당신이 이 많은 걸 데리고 왔다
당신 사랑으로 이 많은 걸 얻었지만
이불만한 자유를 잃었다
당신 사랑마저 없었다면 이불조차 없었겠지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질 때까지
꿈의 포도알이 여물 때까지
손, 발을 벗어놓고
엉덩이와 가슴도 풀어놓고
당신의 따스한 회오리바람과 춤추다가
문을 여니
저녁밥향기가 나는 바다가 보였다
출처 : 참된우정의 공간
글쓴이 : 참된우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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