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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고독

klgallery 2009. 12. 23. 13:06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고독 고독이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은 크고도 참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들이 오게 마련입니다. 비록 부질없고 싸구려 연대감이지만 고독을 그것과 바꾸고 싶은 때도 있고, 형편없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좋으니 겉치레만으로라도 그들과 조금이나마 고독을 나누고 싶을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시간들이 바로 고독이 자라나는 때일지도 모릅니다. 고독이 자라나는 것은 소년이 성장하듯 고통스러우며 봄이 시작되듯 슬프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착각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있어야 될 것은 이것 하나뿐입니다. 고독, 크고도 내적인 그 고독 뿐입니다. 자기 자신속으로 몰입하여 아무와도 만나지 않는 것, ㅡ 그런 것에 도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습이란 것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일을 쉬운 방향으로 해결해 왔으며, 그것도 가장 안이한 방법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어려운 쪽을 붙잡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도 없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가 어려운 쪽에 의지하고 있으며, 자연 속에 있는 사상은 자라고 자기 방법에 따라 저항하며, 자기로부터 독자적인 것으로 나오려 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거나 저항을 받더라도 독자적인 것이 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아는 것은 적지만 우리들이 어려운 쪽에 의지해야 된다는 사실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 확신은 결코 우리들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고독하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고독이란 어렵기 때문이죠. 그게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그걸 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출처 : 엔담의 쉼터
글쓴이 : 엔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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