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 김영수 아브라함
주님,
제가 낳은 아이들이
도무지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들이 제 마음을 채워 주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그들이 저의 밝은 등대이기를
저의 끝없는 노래이기를
저의 크나큰 삶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에도
그들은 저를 채워 주지 않습니다.
주님,
이제는 그들 아닌 제가
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게 하소서.
제 욕심의 빛깔대로
그들을 마구 덧칠하려는 짓을
그만두게 하시고
그들에게는
그들대로의 그윽한 빛깔
산뜻한 숨결이 숨어 있음을
알아보게 하소서.
주님,
제가 어린 싹을 보고
꽃을 피우지 않는다며
또는 새가 아님을 알면서도
날지 못한다며
슬퍼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아이들이 아직은 꽃피지 않아도
머지않아
나름의 향기를 드러낼 것이고
아직은 날지 못해도
언젠가는
나름의 하늘에 밝게 닿을 것임을
믿고 기다리게 하소서.
서로가 감당하지 못할 기대로써
함께 참담히 무너지고 마는 일이
없게 하시고
하느님께서 고유하게 마련하신
그들의 빛깔대로
평화로이 바라보는 기쁨을
저로 하여금 누리게 하여 주소서.
아멘.
- 『기도가 그리운 날에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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