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보는 37년 전 김수환 추기경 탄생 당시
한국교회, 세계교회에 인정받은 날
한국 천주교회는 요즘 37년만에 탄생한 새 추기경 소식에 온통 축제 분위기다.
신자들은 모였다하면 정진석 추기경 이야기를 꺼내며 기쁨을 나눴고 언론에서도 새 추기경 임명 소식을 앞다퉈 전하며 한층 높아진 한국 천주교회 위상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두번째 추기경 임명으로 이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37년 전,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추기경이 탄생했을 때는 어땠을까. 김수환 추기경이 임명됐던 1969년으로 돌아가보자.
교황 바오로 6세가 1969년 3월28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대주교를 한국 첫 추기경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정작 주인공인 김 추기경은 한국에 없었다.
로마 교황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중이었기 때문. 이에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영광된 하룻밤을 주인공도 없이 보내야했다. 교회 관계자들과 신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꼬박 밤을 지새우며 김 추기경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흥분으로 가득찬 밤을 보낸 신자들에 비해 비신자들에게는 '추기경'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김 추기경이 나기 전까지 한국에선 '추기경'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대체 추기경이 어떤 자리이기에 천주교 신자들은 물론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정계와 재계, 학계 유명 인사들이 나서서 "나라에 큰 경축"이라며 축하 인사를 건네는지 의아해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 탄생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선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교계 제도와 한국 천주교 역사가 새롭게 재조명 되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특수(?)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3월29일 모두가 기다리던 김 추기경이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공항은 이른 아침부터 모인 축하객들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만큼 한국 첫 추기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것.
신자들은 김 추기경을 향해 '환영! 우리의 영광 김수환 추기경 탄생'이 적힌 축하카드를 열렬히 흔들며 한국 교회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끽했다.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 추기경은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린다"면서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서 인정 받았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김 추기경과 함께 주교 35명을 추기경으로 임명, 추기경단을 134명으로 늘렸다. 당시 가톨릭 교회로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추기경을 갖게 된 때였다. 특히 김 추기경은 새로 임명된 추기경들 가운데서도 최연소 추기경(47살)으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누구보다 추기경 임명 소식이 가장 믿기지 않았던 것은 추기경 자신이었다. 추기경 임명 발표가 있기 바로 며칠 전까지 로마에 머무르며 교황을 만났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김 추기경이 자신의 임명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로마에서 미국을 거쳐 일본에 도착했을 때였다. 당시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일본을 경유해야 했다.
김 추기경은 일본 일정을 끝마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러 숙소를 막 나서려던 차에 은사 게페르트 신부(도쿄 상지대 교수)에게서 추기경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화로 전해들었다. 김 추기경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수화기를 들고 한동안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내가 한 첫말은 '임파서블(impossible, 불가능한)'이었다.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중에서)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것은 한국 천주교회도 마찬가지.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선 지 185년만에 생각지도 못했던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가 비로소 세계교회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출처 : 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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