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스크랩] 하슬라 아트월드-꿈의 페달을 밟는 자전거를 타다

klgallery 2008. 10. 29. 10:56

 

 

양떼목장 산책을 갈무리한 후 점심을 걸싸게 먹은 후 바다로 갔습니다.

하슬라 아트월드를 향해 차를 몰았지요. 하슬라는 강릉의 순 우리말입니다.

하슬라란 이름을 들었을 때 결곡한 여인네의 피부처럼 곱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팔꽃 모양의 거대한 우산이 펼쳐져 있는 입구가 보입니다.

환한 바다풍경이 보이는 카페가 함께 있더군요. 외곽도로와 맞닿아있으나

 갤러리가 들어서기전, 도린결이었던 곳을 예술작품들이 점유하면서

아름다운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지요.

 

 

진초록 강화유리를 겹겹히 녹여 만든 작품입니다.

초록빛 렌즈를 통해 푸른 바다를 보면 두 가지 빛깔이 혼색되어

특이한 감성을 불러일으키지요. 그 위에 놓여진 나무가지는 견고한 모든 것들을

뚫고 대지로 나오는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에도 이제는 공성이 날때도 되었으련만

사물을 걸태질하며 생각없이 찍어온 제 자신이 초록빛 유리에

투영되더군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가을기운이 배어들어간 돌길과 단풍숲을 지나

느린 걸음으로 호흡을 조율하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봅니다.

길마다 보이는 돌 위에 채색그림들이 인상적이죠.

 

 

 나뭇잎 사이로 투과하는 햇살의 짭조름한

미립자들이 하오의 무료한 시간, 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손등을 간지럽힐때쯤, 나무목으로 만든 이동판을 따라 걷는 옛길이

나오고 봉황을 닮은 분재도 만나게 됩니다.

 

 

아참....주의 한가지 드릴께요. 작품 중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란

조형물이 있는데, 이 작품을 보러 들어가는 길에 소나무가 낮게 위치하다 보니

되퉁스런 제가 바보처럼 나무를 보지 못하고 부딛혔습니다.

눈 위에 크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후시딘을 바르고 호야...하고 있어요)

위의 작품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뒤에 다리가 보이죠.

우물에 머리를 박은 돼지의 모습이 보여요. 숙수그레한 돌들을 모아

부분 채색을 해서 굵은 철사로 묶어놓았습니다.

 

 

이곳은 오감의자라고 해서

옆에는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트(후각)와 더불어

대리석으로 조각한 의자의 차가운 느낌(촉각), 눈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바다의

광활함(시각) 나무와 나무가 서로 부대끼며 내는 소리들(청각)을 함께

공감각적으로 느껴보라며 만든 작품입니다.

 

차가운 느낌의 대리석을 곱게 깍아 마치 실크 주단을

의자 위에 얹어놓은 듯한 드레이프의 느낌이, 마치 돌 위에

포근한 직물의 물성을 전이시켜 놓은 듯한 느낌에 빠지게 되지요.

 

 

숲길을 따라가면서 100가지의 숨은 조각품들을 살펴보고

소나무 숲의 향기도 마셔봅니다. 무엇보다 탁트인 전망이 아름답습니다.

소나무와 바다, 그 위로 마치 피엣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본 듯한 4가지 빛깔의

격자무늬들이 질서감 있게 표면에 각인된 건물이 눈에 보입니다.

최근에 짓고있는 미술관 겸 웨딩홀 복합건물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저는 좋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다른 조각가의 작품과 많이 닮아서 친숙한

느낌이 났었나 봅니다. 나무 뿌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대지에 그 힘을 흩뿌려가는

형상들이 조형되어 있지요. 풀잎사람들의 목쉰소리가 우듬지에서

토해나올듯한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이 조각을 보고 나서 환하게 트인 테라스에 가면 폐 자전거를 이용한

리사이클 아트 작품인 <달로 가는 자전거>가 있습니다.

마치 달빛의 잔영이 투사된 물 위로 그려진 물체처럼 이중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자전거가 눈길을 끕니다.

 

옆에 있는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산위에 배가 있습니다. 저 배는 원래 호텔로 사용하는 시설인데

이곳에서 보면 마치 산위에 배가 떠있는 것 처럼 보이죠.

그래서 어떤 분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서 <사공이 많은 배>라고 제목을 지어

올렸다고 함께 했던 지인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경제현황을 놓고 설왕설래,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역할하지 못하는

이 현정부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핣니다.

 

 

내 마음 저 달처럼 차오르는데 / 네가 쌓은 돌담을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유산되는 꿈을 찾아서 / 잡을 수 없는 손으로 너를 더듬고 

말할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 / 몰래 사랑을 키워 온 밤이 깊어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았다.

 

꿈의 페달을 밟고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지금 나에겐 여행이 필요해 /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목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싱긋 웃는 내 모습을 그리며 / 그렇게 여유로운 상상만을 하지.

평온한 공원의 들풀에게 말을 걸며 앉아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며

그렇게 스스로 위로를 하지.

 

최영미의 <꿈의 페달을 밝고> 전문

 

작품을 보는데 예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시편이 떠올라

다시 찾아 올려봅니다. 저 자전거를 타면, 왠지 꿈의 페달을 밟고 이 현실을

답답함을 벗어나, 몽환과 꿈의 나라로 갈수 있을듯 합니다.

 

이곳은 솟대 박물관이라고 해서 아트 월드 안에 있는

돔형의 작은 갤러리입니다. 설치미술을 전공한 두명의 부부가 만든

조각 공원답게 갤러리 안에는 무려 4.5톤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가 돔의 중심부를

도르레 삼아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움직여도 꿈쩍이지도 않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가벼움>입니다. 중력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자연의 모습, 혹은 인간의 의지가 드러나는 작품이죠.

 

 

이곳은 이름이 참 특이한 소똥 갤러리입니다.

원래 온대사막지역에서 소똥은 연료로서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지요.

이 소똥을 이용해 많은 조각품들을 만들어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도 할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고요.

 

 

이 작품은 해시계입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마치 멀리서 보면 건장한 청년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듯한

조각상 옆에는 12간지를 표현하는 동물들이 조각되어 있고

메탈 소재의 발걸이 아래에는 지하로 통과하는

길이 있습니다.

 

 

이건 곤충들을 브론즈로 만든 작품들이고 오른편에

있는 의자는 착시의자라고 해서 저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보면

왼쪽과 오른쪽의 수면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위에 보이는 코끼리 조각상 배후로

어둠의 통로로 연결되는 나무목 길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나즈막히 푸른 빛이 보이는 철제길이 놓여있지요.

이곳을 통과해서 앞에 소개한 해시계로 가게 됩니다.

삶의 어둠을, 그 무거운 터널을 통과하면 빛의 광장으로 갈수 있음을

형상화한 작품이지요.

 

 

 내려와서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따스한 커피 한잔을 마십니다.

주변에는 다양한 분재들과 화분들, 샛노랗게 익어 땅에 떨어진 모과의 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화분에 만들어진 하트 모양이 눈길을 끄네요.

 

 

저는 아트월드 입구의 벽면에 만들어진

설치작품이 눈에 들어왔어요. 제목은 옷걸이입니다.

이 옷걸이를 위해 누군가는 못질을 저 하얀 대리석 벽면위에 했겠지요.

 

오늘 집에 돌아와 벽에 걸어두고 싶은 작은 액자를

위해 못질을 하다가 그만 망치로 손을 때리고 말았습니다.

모든 집에는 못의 자국이 있기 마련이라지요. 어떤 것을 걸어놓기 위해

혹은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사용하는 저 못에는 찔림의 상처와

그로 인해 느껴질 찌릿한 그 어떤 감성이 있습니다.

 

집은 희망이 있는 곳이고, 못은 그 희망을

박아 삶의 비루한 무게를 견디고, 사물을 정지시킴으로써 쉼의 시간을

부여하지요. 그래서 못의 찔림에는 상처와 인간의 풍경이 뒤섞여 있는 것입니다.

 

 

입구에 있는 타악기의 방이란 작품인데요.

다양한 도구로 달려 있는 소리의 방을 울려볼수 있답니다.

 

 

옆에는 많은 이들이 철조각위에 자신의 사연들을

담아 붙여놓은 조각품이 있습니다.

 

 

하슬라에서 보낸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바다로 나왔습니다. 가볍게 저녁을 먹고 이제

버스를 타고 서울로 귀향을 해야겠습니다. 오후의 푸른 바람에

비릿한 오징어들을 말리는 덕장의 풍경과, 그 사이로 오렌지빛 하늘을

조우하며 낮의 시간을 지워가는 풍경이 만납니다.

 

 

느리게 걷기로 일관한 일일의 여행을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걷기가 이렇게 좋은 것인지 몰랐습니다. 귀살쩍은 마음씨, 바다란 살터에 살포시

내려놓습니다. 내 삶을 아퀴지었던 효율과 경쟁, 성공에 대한 욕심

모두 버리고 곱단하게, 허리춤에 손하고 걸었습니다.

 

저도 요즘 유행하는 BMW 족이 될까 봅니다.

B(Bus) M(Metro) W(Walk) 족의 약자라지요. 느리게 걸으며

사물의 표면과, 그 이면에 감추인 슬픔을 읽고, 나를 위로하고, 또한 나를 안아주는

자연의 빛깔을 제대로 음미할수 있는 시간이었나 봅니다.

힘이 나네요. 오늘 하루는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

 

꿈의 페달을 밝고 달로 가는 자전거를 타고 싶은 하루입니다.

한주의 시작, 월요일도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오늘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유희열의 노래 <즐거운 나의 하루>를 올립니다.

 

 

                                           
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