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공업(共業)을 생각하는 하루 순례길 -
아무런 것을 가지지 않았으나, 세상이 사람다운 얼굴을 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냉혈과 독선으로 가득찬 권력자가 문제라 합니다. 그러면서 그 권력자가 사과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권력은 여전히 냉혹하고 진심어린 사과는 없습니다. 그의 독선과 독단도 결국 우리가 만든 결과였다면, 바뀌어야 할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아니었나 합니다.
20일차를 맞이한 9월 23일. 날은 흐리고 비가 올 듯 구름이 가득찬 날이었습니다. 사실 순례단은 이런 날을 가장 선호합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서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 두 순례자가 오체투지를 수행하기 가장 좋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이 그러했습니다.
아침 8시. 춘향이 고개에 모여 순례를 출발하였습니다. 순례에 앞서 두분의 순례자는 항상 그러했던 것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명상을 합니다.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은 도로변 농로를 오가며, 농로에 앉아 하루 명상을 합니다. 이 시간이 이 두분에게는 가장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서로의 종교는 다르나 우리는 하나다>
오늘 순례길. 오늘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상하게 두 분 순례자께서 진행하는 오체투지 순례 속도가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진행팀으로서는 ‘이제 오체투지가 익숙해졌구나’라는 생각보다는,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두 분 몸 상태가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가이 들었습니다. 확인해보니 무릎을 사용하지 못하는 수경스님의 팔 근육이 뭉쳐있었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진행하는 속도를 줄이고, 매 쉬는 시간마다 수경스님의 팔 근육을 풀어주는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쉬는 시간, 수경스님 주변으로 진행팀이 모여들고, 모두 팔 다리를 부여잡고 근육을 풀기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 순간에 문규현 신부님이 가세합니다. 신부님께서 자신의 쌓인 피로를 풀기도 부족한 시간에 수경스님의 머리에 차가운 수건을 얹고 안마를 하기 시작합니다. ‘어. 이게 오체투지 아닌가’ 하는 누군가의 말에 모두 웃기만 합니다.
<우리 모두의 공업(共業)에 대해>
오전에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부론성당의 안승길 신부님이 순례단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순례길을 함께 하고자, 어제 길을 나서 오늘 오전에야 함께하게 되었다 합니다. ‘아이고’ 하는 수경스님의 신음에 안승실 신부님은 ‘농담이 진담이 되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신부님은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위험한 순례기에 ‘설마 가려니’ 했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수경스님과 한참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안승길 신부님은 ”남북통일 문제, 사회 양극화, 물질의 노예화 등 심각한 문제에 닥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해서 이길 뿐이 없는 것 같으니 안타깝다.”며 심경을 밝히셨습니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생명의 문제이다. 물질과 돈을 위해 우리는 생명을 쉽게 파괴 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자연 재해 등이 그 결과물입니다 우리 모두 각성을 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공업(共業. 저마다 공동으로 선악의 업을 짓고 공동으로 고락(苦樂)의 과보를 받는 일. 우리 모두의 공통된 잘못을 말하는 불교식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말과 행동, 생각이 오도된 현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그 길에 순례가 현실화된 상황을 또한 아파했습니다.
순례길은 우리 모두의 공업을 아파하고, 누구의 잘못이 큰지 잘잘못을 논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번 더 나 자신부터 되돌아보며, 나 스스로 다른 속도와 가치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서약이자 실천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무런 힘을 가지지 않았으나, 스스로 몸을 태워 세상을 밝혔던 촛불처럼, 우리 시대의 생명과 평화, 그리고 정의롭고 사람답게 소통되는 세상을 위해 순례단도 노력하겠습니다.
<오수 가시연꽃 생태공원>
춘향이 고개를 출발하였던 순례단은 전북 임실군 오수면 대정리에 있는 ‘오수 가시연꽃 생태공원’에서 점심식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도로변에 있어 찾아오는 길이 어렵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희귀 멸종식물로 알려진 가시연꽃을 보기에는 좋을 듯 합니다. 저수지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주변 소나무 군락과 제방길, 정자는 모두에게 훌륭한 안식의 공간이었습니다. (참고로 가시연꽃은 7-8월 낮에만 볼 수 있으며, 정부에서 선정한 보전가치 순위가 높은 식물자원이라 합니다.)
우연히 점심식사를 위해 찾아간 공간이었으나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문규현 신부님은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공원 전체를 산보하며 관찰하였고, 몇몇 분은 저수지 전체를 몇 번이고 돌아보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주변에 도로를 제외하고 연못 자체도 아름다웠으며, 특히 주변 산책길의 소나무 등은 감동이었습니다. 자연이 그대로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순례단 진행팀은 여기에서 아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았습니다. 나무를 따라 산책길을 가던 문규현 신부님께서 상의를 탈의한 순간. 상체에는 온통 부황뜬 자국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밤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은 서로 부황을 뜨며 한동안의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순례길의 고단한 육체의 피로를 풀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여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순례자들의 오체투지를 이름 모를 잡초가 응원하고 있습니다. 몸을 낮추니 보여옵니다. 그러니 몸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나를 낮출 수 있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일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도를 마음에 만들어줍니다. 이것을 순례자는 우리에게 몸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9월 24일(수) : 용정리 오수로터리(시작) - 오수관광농원(경유) - 의견공원(종료 예정)
● 9월 25일(목) : 의견공원 앞(시작) - 오수휴게소(경유) - 군평리 SK 주유소(종료 예정)
● 9월 26일(금) : 군평리 SK 주유소(시작) - 봉천역 인근 17번 국도(경유) - 봉강리 보건진료소 앞(종료)
● 9월 27일(토) : 봉강리 보건진료소 앞(시작) - 월평로터리(경유) - 임실제일교회 앞(종료 예정)
● 9월 28일(일) : 휴식 예정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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