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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08년 KIAF를 가다-4000개의 돛단배를 접어 만든 하이힐

klgallery 2008. 9. 24. 10:43

 

 

어제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KIAF 한국 국제 아트페어에 다녀왔다.

 세계적인 미술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미술의 진면목을 볼수 있었다.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그 내용과 테마가 풍성하다. 그만큼 해외 유수 갤러리들의 참여도

활발하고, 국내 갤러리의 해외 진출 또한 눈부신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권기수의 동구리는 이제 대중적인 아이콘이 된지 오래인듯,

아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현대 일본 작가들의 사진 작업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몽환적이면서도, 프레임에 덧입혀진 이미지가 매혹적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일본이란 나라의 정신적 특수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에겐 항상 억눌린 성욕과 에로티시즘, 폐쇄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사진을 통해 드러난다.

 

 

김숙빈 선생님의 정교한 설치물은 올해도 여전히 등장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규모에 눌린다. 어떻게 저렇게 정교한 작품을 만들수 있었을까

작가의 역량을 떠나, 시간과 노력의 과정이 눈에 그려진다.

자연에 대한 묘사는, 결국 내 안에서 자라는 내면의 풍경을 발견하는 눈이 된다던데

자유롭게 하늘을 유영하는 잠자리의 모습을 통해 해방을 꿈꾼걸까?

 

 

최근들어 일본 현대미술의 방향과 빛깔을 주의해서 바라보고 있다.

사실 일본미술은 마음을 열고 살펴보면, 배울 점이 많다. 그들의 접근 방식이

워낙 오랜동안 서구의 차용을 철저하게 자신의 정신성으로 녹여낸 미술이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우리들의 팝아트는 매우 가볍게 느껴진다.

 

 

박성태 선생님의 작업은 예전 블로그에서 소개를 했다.

가는 철망으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인물 군상도인데, 손에 무리가

너무나 갈 정도로 섬세하게 짜깁은 철망으로 인간의 모습을 재창조한다.

작가 선생님 자체가 말수가 매우 없으시고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리셨던 분이라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번 KIAF 전시장 곳곳을 들아다니면서 작가 이름을

일일이 적으며 세심하게 보질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만큼 봐야 할 작품들의 수가

증가한데다, 꼼꼼히 다 보자니 4시간 가량을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턱없이 적었다.

뉴욕 소호에 있는 갤러리였는데,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캐릭터

피카츄를 들고 있는 붉은색 의상의 여인이 고혹적이다.

 

 

이 작품 또한 예전 블로그에서 한차례 소개를 했었던

윤기원이란 작가의 그림이다. 영화 속 인물들을 차용해서 팝아트의 형식을

빌려 그려낸다. 대형 화면으로 보는 그림들이 시원하고 익숙하다.

 

 

예전 블로그에서 한번 다루었던 작가, 최수앙.

개인적으로 이후 작업들을 보고 싶었는데, 최신작들을 살펴봤다.

깨어진 관계를 묵상하는 인간의 모습, 혹은 성장통을 앓으며 때로는 몽정하는

성장기의 청소년을 다루기도 하는 최수앙의 조형은 슬프지만, 그 속에서 우리를 발견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끌리나보다. 이번 준비하고 있는

미술 에세이에 최 작가님의 작품을 쓰고 싶다고 의향을 전했다.

 

 

페루출신 작가의 작품이다. 마오쩌둥을 소재로 한 것이 놀랍다.

페루의 혁명단체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은 마오쩌뚱의 철학을 기반으로

테러와 유격활동을 벌였다. 1970년대 페루는 격동의 시기였고, 그들에게 마오쩌뚱의 철학은

수정해서는 안될 교조주의였다. 남미의 저항미술에는 바로 이런 정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 작가의 작품도 멀리서 보면 마오의 얼굴을 흑과 백의 조합체 정도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혁명을 위해 싸우며 죽어간 인간들의 군상이 조밀하게 박혀있음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페루 출신 작가들의 작품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루이즈 레온이란 작가의 페인팅 작업을 봤다. 처음 봤을 때의 느낌 그대로다.

그림 속 이미지가 매우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연상하게 한달까.

큐레이터의 말을 들어보니 1년에 딱 2편의 그림을 그린단다.

 

 

중국미술도 부침이 많다보니, 이번 KIAF 에 전시된 현대 중국 작품들은

몇명을 빼놓고는 나로서도 생소한 이름이 종종 있어서 일일이 도록을 보면서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은 이틀 동안 한차례를 더 갈수 있으면 좋겠다.

 

 

4가지 빛깔의 개구리......뭘 형상화 하고 싶었을까

 

 

이건 예전에 소개했던 노준 작가의 깜찍이 시리즈

볼때마다 깜찍하고 좋다. 기분이 환해진다.

 

 

남미 출신 작가의 작품이던데 멀리서 볼때는

단순 구성작품인줄 알았으나, 가까이 보니, 병뚜껑 위에 세밀하게

인간의 눈을 채색해 넣었다. 라틴 아메리카 미술에는 이상하게 눈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영혼의 창이라는 진부한 설명을 떠나, 사실 눈만큼 인간의 면모를

다시 성찰하고 바라보게 하는 소재가 없지 싶다.

 

 

뉴욕 출신 갤러리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하이힐 작품이다.

외국 갤러리들 중에 아쉽게 작가 이름이나 소재, 디멘전(작품크기)등을

표찰로 제대로 만들지 않고 백색 장식판에 펜으로 써놓은 것들이 많아서 작가 이름을

읽어보지 못했다. 처음에 붉은색의 강력한 힘에 끌려서 작품을 봤다.

 

 

자세히 보니 돛단배 모양이다. 물론 발아하는 식물의 눈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배를 연상했다. 하이힐에 담겨 있는 여성성이나

여성만의 역사가 떠오른다. 4000개의 돛단배를 보면서 꿈을 포기한 횟수일수도, 혹은 잃어버린

사랑의 회한 속에 흘려보낸 눈물의 갯수일지도 모른다.

 

올 KIAF는 매우 풍성한 시각적 결과들을 내놓았다.

실제 그림 판매액도 지금까지 중 최고를 달리고 있다고 들었다.

신인화가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중견들의 새로운 재평가도 눈에 띄인다.

우리 안의 미적인 감성과 자본이 더욱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발품을 팔수록 멋진 작품을 만날 수 있음을 올 2008년

KIAF를 통해서 새롭게 또 배운다.

 

수고한 모든 갤러리와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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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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