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초상화

[스크랩] Edward Hopper

klgallery 2008. 3. 26. 13:16

 

창은 전등행렬 외에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마치 식당 안에 아무것도 없는듯...
그녀 맞은편의 의자는 비어 있다.
외부와 고립된 여인은 테이블 바짝 다가앉는다.
머무를 것인가 떠날 것인가?

 

 

그녀는 지독한 황폐함 속에 내던져졌다.
그녀는 '따뜻'에 농락당하고 있으며 몹쓸 빛은
그녀가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왔다. 바람과 함께.

 

 

그녀가 싸워야 할 적은 바로 그녀 자신이다.
스스로 선을 넘어 감옥을 나오지 않는 한, 
몸소 자신을 구원하지 않는 한,
누구도 그녀를 구원해 줄 수 없다.

 

 

여자는 사각형 위에 감금되어 있다.
창 밖으로 찔끔 보이는 하늘의 차가운 푸른색과 대비되는
마룻바닥의 노란 빛다발. 그 따뜻함조차 관능이 제거된 여자의
실루엣처럼 날카롭다. 그림자조차 빛을 닮아 젓가락처럼
가늘게 늘어났다. 침대 옆에 팽개쳐진 검은 펌프스
(발등이 드러나게 되어있는 여성용 구두)는 여인의
크림빛 나체와 대조를 이루며 다치기 쉬운 연약한....


 

 

삶에. 그리고 죽음에.
차가운 눈빛을 던지고
말에 탄 사람이여.
그냥 지나가라
그 차가운 눈빛을 얻기까지
얼마나 더 깨지고 멍들어야 하나.
얼마나 더 떠돌아야
이 지루한 여행이 끝날까.
대답해다오. 그림이여.


 

 

햇빛 속의 여인이 그의 또 다른 자아였듯이,
빈방은 바로 그였다.
또 빈 방은 바로 우리일지도...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의 그림을 통해
감상자는 익숙한 주위 환경을 낯설게 느끼게 된다.
그는 1960, 1970년대의 팝아트와 신사실주의 미술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으며,
1901~06년에 애슈캔파 화가인 로버트 헨리에게서 회화를 배웠다.

1906~10년에 3차례에 걸쳐 유럽을 여행했지만,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실험적인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의 생애 내내 자신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추구했다.
그는 1913년의 아모리 쇼에 그림들을 전시했지만,
1924년까지는 주로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했다

그뒤 유화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모델 Model Reading〉
1925, 시카고 미술연구소)과 같은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애슈캔파의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호퍼는 도시의 일상적 공간을 그렸다.
그러나 느슨한 구성과 활기 찬 분위기의 이런 그림들과는 달리
<기찻길 옆의 집 House by the Railroad〉(1925, 뉴욕 현대미술관)·
〈브루클린의 방 Room in Brooklyn〉(1932, 보스턴 미술관)은
스냅 사진 같은 구도 속에서 조용하고 비개성적인 인물들과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들을 통해 벗어날 길 없는
고독감을 보여주고 있다. 호퍼는 눈부신 아침 햇살을 그린
〈일요일의 이른 아침 Early Sunday Morning〉(1930, 뉴욕 휘트니 미국 미술관),
밤새 여는 찻집의 으스스한 빛을 그린
〈밤샘하는 사람들 Nighthawks〉(1942, 시카고 미술연구소)을 통해
사람과 물건들을 공간 속에 고립시키는 빛을 독특하게 사용함으로써
그의 주제들이 나타내는 이러한 고독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호퍼의 성숙한 양식은 1920년대 중반 무렵 형성되었다.
그후에도 자신의 시각을 꾸준히 다듬어 발전시켰는데
〈2층의 햇빛 Second-Story Sunlight〉(1960, 뉴욕 휘트니 미국미술관)과
같은 후기 작품은 1920년대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빛의 구사와 매우 미묘한 공간관계를 보여준다.

 

최영미 "화가의 우연한 시선"

출처 : 엔담의 쉼터
글쓴이 : 엔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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