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haps Love
황금빛 조상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결합된 계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누더기가 된 하늘의 옷자락 위에
태양이 곰팡이 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방앗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무미한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깨어난 오솔길 위에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켜진 램프 위에
불꺼진 램프 위에 모여 있는 내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내 방 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우리 집 강아지 위에
그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받은 불의 흐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화합한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넘어선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댓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욕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되찾은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자유, P. 엘뤼아르 Perhaps Love, 전수연 글쓴이 : 나를 사랑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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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 그친 저녁
글쓴이 : 프란시스 원글보기
메모 : 색다른 감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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