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문외한이더라도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눈동자 없는 눈과 긴 목, 표정없는 얼굴….어떤 유파로도 자유로웠던 화가…
화가 중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36세때 요절해 버린 진정한 보헤미안…

모딜리아니는 유대인 상인이었던 아버지와
스피노자 철학을 신봉하는 명문 가문의 어미니에게서 태어났다.
20세기 초반 그가 활동햇던 시기는 기성회화의 관념을 깨부수려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운동이 터지던 시기였지만
그는 이런 논쟁에 휘말리지도, 미술운동에 동참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만의 이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가난했던 그이지만 지적인 교양과 예리한 감각을 가졌던 그는
기품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지만
자존심이 세서 돈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은 참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인 부인을 스케치하고 나서 그 부인이 돈을 줄 테니 사인을 해달라는 요구에
화면 전체에 시꺼멓게 사인을 해버렸다거나
한뭉치 데생을 헐값에 팔려고 갔다가 꼬투리를 잡고 더 값을 깎으려는 화상에 분노해
구멍을 뚫어 화장실에 걸어 버렸다는 일화는 그의 성격을 짐작케 해준다.
이랬던 그가 한 여자를 만나 폭풍 같은 사랑에 빠지니 그녀가 바로 시인 베아트리스였다.
단테를 흠모해 ‘신곡’을 외고 다녔던 그였기에
단테의 연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가 단테의 시를 읊는 것을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던 그녀는 시적 영감과 감수성으로
모딜리아니의 천재성을 끌어내는데 일조를 한다.
그러나 감수성과 함께 현실감각을 지녔던 그녀는 알코올과 마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난뱅이 무명화가의 옆을 끝까지 지켜 내지 못하고 그를 매몰차게 떠나고 만다.
하지만 그녀와 헤어진 최악의 상황에서 그는
최후의 동반자를 만나게 되니 그녀가 바로 ‘잔느 에뷘테르’다.
카페 로통드에서 그는 화가 지망생으로 모딜리아니보다 열 네살이나 어렸던 그녀를 처음 만난다. 그녀의 미소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도
갑자기 가슴이 아파오는 듯한 감정을 느끼며 그는 사랑을 예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합하지만 명문 가문의 딸이었던 잔느는 부모의 반대로
법적으로는 그와 맺어지지는 못하고 1918년 그의 딸을 낳는다.
잔느와 맺어지면서 그는 황금기를 맞게 된다.
잔느의 이해와 사랑 속에서 마약을 자제하며 놀랄만한 작품들을 그려 내기에 이르고
화가로서 점차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음주 속에서 몸을 망친 탓인지 심각한 신장염과 결핵성 대뇌피질염증이 발병하여 36세의 나이에 ‘그리운 이탈리아’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세상을 떠나 버린다.
혼자 남겨진 잔느… 이 때 그녀는 임신9개월이었다.
잔느는 시체안치소의 모딜리아니를 안고 떨어질 줄 몰랐고
사람들에게 둘 만의 시간을 부탁한 뒤 평정을 되찾고 나온다.
사람들은 그녀가 마음을 정리한 것이라 믿었지만 그러부터 2일 후
자신의 부모님집 6층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하고 만다.
이 때 그녀의 나이는 겨우 22세였다… 그들은 함께 묻힌다.
그들의 비문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화가 아마데오 모릴리아니 1884년 리보르노에서 출생
1920년 1월 24일 파리에서 사망
영광을 성취하려는 순간에 죽다.
잔느 에뷘테르
최후의 목숨까지 바친 충실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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