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매혹의 판타지". 말그대로다. 크리스틴(에미 로섬)을 둘러싼 팬텀(제라드 버틀러)과 라울(패트릭 윌슨)의 줄다리기가 신화적 화려함의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오페라극장 내부장식, 조각상이 늘어선 건물옥상, 눈내린/안개낀 묘지, 지하의 성, 가면무도회... 돈을 제대로 들인 것같은 멋진 분위기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크리스틴! 그녀의 얼굴과 자태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다^^.
Opera Populaire. 극장 이름이 상징하듯, 귀족들만 즐기던 고급 종합예술이 이제 대중의 종합예술(영화!)이 되어 싼값에 어디서나 즐기게된 영화세상... 직접 배우들과 한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호흡할순 없지만, 클로즈업이나 자유자재 화면구성을 즐기기에는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 무덤... 기억과 오페라하우스
화려한 그때를 강조하려는듯 잿빛 풍경으로 시작하는 영화. 추락했던 샹들리에가 다시 들려올려지며 '환상적인 비극'의 막이 오른다. 뮤지컬을 안본 사람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음악과 노래들... 특히, 건물 옥상에서 사랑의 삼각관계가 교차하는 'All I Ask of You'는 배우들/관객의 감정을 가장 고조시킨다.
폐허가 된 오페라하우스는 묘지와도 같다. 과거의 빛나던 희비극을 간직한채, 이제는 영원히 잠든 몸 같은 오페라극장. 또한 영혼의 상하 구조처럼, 무대공간(크리스틴)을 둘러싸고 객석/옥상(라울)과 지하공간(팬텀)이 대립하던 공간. 크리스틴이 우리의 자아라면, 라울과 팬텀은 우리 본성의 빛과 어둠이다.
영화 마지막, 묘지에 놓인 원숭이 상...그리고 차가운 눈속에서 다시 붉은색으로 되살아나는 장미꽃! 몸은 사라졌어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한 팬텀과 크리스틴...
뻔하지만 인상적인 장면전환 기법(초상화 사진, 원숭이 상, 눈동자의 원...) 속에서 과거는 현재에 끊임없이 추억되고 되살아난다. 끝장면, 바람에 휙~ 촛불이 꺼지는 암전 엔딩도 인상깊다. 촛불이 비추던 액자속 장미꽃처럼, 사라졌다 다시 켜지는 기억들... (첫장면에서 촛불/샹들리에가 되살리던 추억속 오페라무대처럼!)
# 가면... 장미꽃과 검은 리본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소품은 팬텀의 흰 가면, 그리고 검은 리본을 단 장미꽃이다.
크리스틴이 "나는 당신의 가면... 내 노래와 당신의 영혼이 하나로..." 라고 노래하듯이, 크리스틴의 아름다운 노래와 용모는 '팬텀의 페르소나(가면!)'이다. 크리스틴의 노래를 키우고 날개를 달아준 "음악의 천사" 팬텀은 크리스틴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한다. 검은 리본이 되어 붉은 장미꽃(크리스틴)을 묶고있던 팬텀... 크리스틴의 운명을 속박하는 어두운 본성/욕망 같은 존재... 그러나 그는 옥상에서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을 확인하고는 배신감에 장미꽃잎을 움켜쥐고 떨어지게 한다.
'미녀와 야수'에서 장미꽃잎이 다 떨어지면 죽게 되리라던 야수를 연상시키는 팬텀. "내가 정말 두려운건 당신의 흉칙한 얼굴이 아니라 그 일그러진 영혼이에요". 크리스틴의 이 비수같은 한마디에 야수/팬텀은 집착을 접고 그녀를 보내준다.
# 거울... 라울과 팬텀
Let me be your freedom... let me be your light... 이라고 크리스틴에게 호소하는 라울의 노래는, 크리스틴의 자유를 속박하고 어둠을 드리웠던 팬텀의 존재와 정확히 대조된다. 크리스틴이라는 자아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빛과 그림자. 그렇게 옥상에서 사랑의 승리를 거둔 라울은, 그러나 팬텀의 영역인 지하에 내려가서는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팬텀의 지하 성에는 물이 많다. 팬텀의 양면성처럼, 생명이자 죽음인 물. '마음의 감옥'을 상징하는 격자 쇠창살에 눌려, 물 속에서 익사할뻔하고 목매달릴뻔하는 라울...)
라울과 팬텀은 영화초반 크리스틴 방의 거울에 교대로 비친다. 마치 우리의 영혼 속에 교대로 출몰하는 '거울쌍' 두 본성처럼! 라울이 팬텀의 영역으로 떨어졌을때 '거울방'에서 두사람의 모습이 정신없이 교차되는 것도 그렇다. 영화 마지막, 거울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는 팬텀...
팬텀의 영역은 그렇게 우리의 무의식처럼 거울과 물의 음습함 속에서 자기 존재를 알리려 꿈틀대고 있다. 우리 영혼의 밑바닥에 웅크린, 억눌린 분열적 자아. "어두운 절망의 지하감옥, 마음의 감옥에 갇힌 채로... 고통스런 지옥에서 천국을 동경하면서..."
라울과 팬텀은 태생 자체가 극과극이다. 귀족과 고아, 빛과 어둠, 지상과 지하... 우리 영혼의 양면성 같은 두사람은, 마치 그리스신화속 아폴론/디오니소스와도 같다. 둘다 제우스의 자식이지만, 아폴론(라울)은 잘생기고 촉망받는 올림포스의 '밝은 빛' 귀족이고, 디오니소스(팬텀)은 도취와 '어두운 광기'의 비극적 소외자이다. 아폴론적 형식과 디오니소스적 열정이 그리스비극의 근간을 이루듯이, 라울과 팬텀도 그렇게 사랑과 예술의 비극을 완성한다. (물론, 더 강력한건 디오니소스의 열정이다)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Natasha Dance - Chris De Burgh (0) | 2007.09.30 |
---|---|
[스크랩] Nancy & I`m Your Man / Leonard Cohen.. (0) | 2007.08.24 |
[스크랩] 그대떠나는날 비가오는가 / 산울림 (0) | 2007.08.02 |
조르다니 -나의 다정한여인- (0) | 2007.07.25 |
Poeme - Secret Garden (0) | 2007.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