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저물어 갈 즈음
별도봉 동쪽 기슭 땅속에서
조그만 태양이, 아니 태양을 닮으려는
녀석들이 이렇게 줄줄이 솟아올랐다.
고만고만한 태양이 여럿이 있어서
요즘 날씨가 맹렬히 타오르는 건 아닐까
저 덥고 사나운 곳에서 들려오는
탈레반 인질들의 소식은 답답하기만 하다.
금불초(金佛草)는 국화과(菊花科)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새순이 나오며
줄기는 곧추서고 키는 30~60㎝ 정도이다.
뿌리에서 바로 나오는 잎은 꽃이 필 때쯤이면 없어진다.
꽃은 7~9월에 가지 끝에 두상(頭狀)꽃차례로 노랗게 피는데
가장자리에 달리는 설상화(舌狀花)가 꽃잎처럼 활짝 벌어진다.
가을에 꽃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 선복화(旋覆花)는
한방에서 거담, 건위, 금창, 상한, 이뇨, 이질 등에 쓴다. (申鉉哲 글)
♧ 꽃그늘 - 김종제
팔월의 따가운 햇살에도
미소 띤 얼굴 내민 금불초가
양쪽 손을 가슴에 모아 쥐었다
중생 구원에 힘 보태겠다고
묵상에 젖어든 나한을 닮았다
꽃그늘 아래
진한 향과 색으로
가피 받겠다고 나비 앉았는데
저 금불(金佛)이 혼절하겠다며
날개를 접었다 폈다
연신 바람을 불러 모은다
몇 겁 지나 저 나비 날아간 뒤에
불(佛)과 한통속인 꽃에게
삼가 삼배를 드리고
나도 꽃그늘 차지하고 앉아있겠다
꽃불 모시고
여름의 볕 피할 수 있는
그늘 같은 나한이 되었으면 해서
허락도 없이 꽃에게 날아들겠다
내 몸의 동서남북으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꽃 핀다면
피난 같은 그 아래 무릎 끓고
한참을 합장하며 절하겠다
오늘 같은 날
꽃그늘 아래에 선다면
불볕이라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물소리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금불초 그늘 아래 섰으니
한 여름 소나기처럼 서늘하겠다
♧ 아름다운 것들 - 구경애
파릇한 숲 속
이슬 먹고 숨어 피는
작은 들꽃
돌 틈 사이 흐르는
실팍한 물길 위
젖은 나뭇잎
조약돌에 얹힌 이끼 한 줌과
흐르는 상념 속
노랗게 피어나는
금불초
아침 강물 위에
영롱하게 반짝이며
몸 씻는
별들의 눈물
얕은 웅덩이에 모여
조잘거리며 치장하는
작은 산새들
내 눈동자만 바라보며
죽도록 사랑하는
나의 해바라기
그대!
♧ 여름에게 - 문병란
내가 지치고 피로 했을 때
여름이여, 너는 머언 항구에서 돌아와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와 같은 그리움으로
피로에 지친 내 육신을 두들겨
천둥 번개로 내 영혼을 일깨우며
그대 불멸의 뜨거운 입술로
내 빈 갈망의 목마른 잔에
그대 소나기의 연정 가득 채워다오.
그리고 여름이여, 창백한 도시의 빛깔을
푸른 바다의 물감으로 새로이 칠하고
지치고 창백한 일상의 언어들에
장밋빛 생기를 부어 주는 사육제의 시간....
넘치는 바다의 그라스에
냉맥주 보다 시원한
우유빛 새벽의 나체를 포옹하게 해다오.
지금은 오전 일곱 시
제도와 의무를 반란하는 새벽
시민 조세지역을 탈출하는 한 사내의
우범 가능성 위험한 금요일을 위하여
바다로 향한 국도의 끝에 서서
이글거리는 7월의 태양에 입맞추게 해다오.
대지는 오랜 갈망의 커다란 술잔
쩍쩍 금이 간 긴 가뭄의 논바닥에
천둥 번개 소나기의 격정으로 두들겨
오래 막힌 봇물들 뚝을 넘게 하고
여름이여, 그대는 부끄러운 입술처럼 다가와서
예절을 지운 곳에 사랑을 창조하고
허위와 위선의 가면을 벗겨 버리고
우리들의 고독한 체온을
탐스런 복숭아, 깨물고만 싶은
싱그러운 포도의 액으로 빚어다오.
왈츠를 연주하는 파도는
해변을 피아노 삼아
4분의 3박자로 휘파람을 불며 깨어지고
갈매기는 외로운 무용수
아찔한 파도타기
신명나는 날갯짓은
수평선 너머의 태풍을 아랑 곳 않는다.
여름이여, 내 연인처럼 와서
어느 날 새벽 장밋빛 꿈을 찢으며
문명을 거부하는 야성의 손길로
원시림의 오솔길로 인도해다오
너의 억센 팔에 안겨
뱃사람처럼 껄걸 웃으며
고래의 길로 가는 7월 어느 날
원시림으로 가는 새벽 위에서
그대의 싱싱한 가슴을 포옹하게 해다오
감람빛 바다의 입술에 입맞추게 해다오
오오 내 사랑하는 여름이여!
♬ 공 (색즉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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