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스크랩] 詩人에게

klgallery 2006. 11. 14. 10:28







          詩人에게

          때때로 나는 까치발 든 채 그들의 마음속을 몰래 훔쳐보곤 한다 거기 심연의 바닥에 가득쌓인 보석들 슬픔으로 빚은 것 눈물로 빚은 것 고통으로 빚은 것 그중에서도 절망으로 빚은것은 가장 눈부셨다 가난한 내 마음의 창고에도 저것들을 옮겨 놓을순 없을까 손가락 빨며 거렁뱅이 계집아이처럼 주변을 맴돌지만 높은 담장을 넘기엔 내 영혼의 키가 너무 작다 신성한 땅 그들의 영토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좋아라 집도 없이 떠도는 나의 지식은 그들의 처마 밑에서 노숙하고 먹다버린 찌꺼기로 연명하는 꿈은 허기진데 詩人아 거대한 성문을 열고 나와 지치고 헐벗은 나의 영혼을 불러주렴 이 생의 해가 저물기 전에.



출처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글쓴이 : 초록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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