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초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펌

klgallery 2014. 4. 19. 17:3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

오늘날의 사회는 '제2의 구텐베르크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전자출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서점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되면서 서점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도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 책을 구입했을 때의 기쁨, 헌 책들에서 풍기는 책 냄새. 때론 날카롭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책의 모서리에 손을 베이기도 하지만, 종이책에는 향수(鄕愁)가 있다.

어릴적에 아버지가 사다 주시던 책들을 읽다가, 집근처 대학가 대형서점에 처음 간 날, 서점을 가득 메운 책들에 놀란 적도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안국동 고서점가의 케케묵은 책들이 신기하기도 했고, 참고서를 사러 들락거리던 '문장사'라는 서점은 학생들에게 몇 % 할인을 해 줘서 남은 돈으로 '꿀빵센터'라는 빵집에 들려서 군것질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서점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서점은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 일 것이다. 몇 명의 소설가의 책 속에서도 이 곳에 대한 생각을 적은 글들을 보았으니...

종로에서의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던 종로서적은 그당시 내가 가본 가장 큰 서점이었다. 층별로 서적을 분류해 놓아서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문고판 서적이라도 한 권 구입하는 날이면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 서점에서 모든 책을 구입하니 그런 재미를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광화문에 나가게 되면 꼭 들리는 곳이 교보문고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서점. 그래서 우리의 추억도 메말라가는가 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책표지가 온통 하얗다. 겨울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책크기도 200mm×247mm로 일반책으로 옆으로 놓은 크기의 2배가 조금 안된다. 책 속에는 몇 명의 포토 그래퍼가 찍은 서점의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글 보다는 사진이 더 많아서 마치 사진첩을 보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 곳, 그 서점에 대한 소개글, 그리고 3편의 interview 와 3편의 column 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시미즈 레이나'는 세계 각국의 서점 100 여곳 이상을 취재하고 그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곳을 이책에 소개해 준다.

서점은 도시의 광장 역할을 하기도 했고 그 지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책이라는 지적 유산을 이어가며 사회에 교훈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산토리니 섬 북쪽 끝에 ATLATIS BOOKS 가 있다. 산토리니 섬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캐나다인과 미국인 친구가 개점한 서점이다. 서점을 둘러보니 책분류표가 손글씨로 씌여져 있다.

요즘 서점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천천히 서점에 머물면서 마음이 가는 책을 꺼내 읽고, 읽고 싶으면 사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떠나도 좋을 그런 서점.

유럽의 박물관 중에는 기차역이, 기계들이 들어차 있던 곳이 변한 곳들도 있는데, 서점에서도 이렇게 변신을 한 서점들이 있다.

기차역, 성당, 궁전, 주택. 극장이 점으로 변한 곳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서점이면서 카페등 다양한 휴식공간의 역할을 한다.

영국의 Barter Books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차역이 서점이 되었다. 19세기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인데, 이 서점이 만드러지게 된 과정도 재미있다. 교환서점이기에 다 읽은 책을 가져 오면 가져온 책의 가치만큼 다른 책으로 교환을 해 준다.

서점에 붙어 있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 Bring me my Bow of burning gold' , ' Bring me my Arrows of desire', ' Bring me my Chariot of fire'

밀라노의 디에치 꼬르소 꼬모 북숍은 패션의 도시에 있는 서점답게 조명, 테이블, 바닥, 창가 블라인드까지 완벽하게 디자인 된 서점이다. 이곳에서는 책을 뒤적이기 보다는 인테리어에 매료될 듯하다.

벨기에 브뤼셀의 Cook & Book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레스토랑과 서점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브뤼셀 사람들은 맛있는 와인과 요리를 음미하며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고른다. 브뤼셀 교외에는 즐거움 가득한 대중적인 책방이 그네들의 삶을 밝고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었다. " (서점 소개글 중에서)

어린이가 주인공인 그림책 서점도 있으니, 어린이들에게는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서점은 1906년에 문을 열었으니 100년이 넘은 서점이다. 우리에게도 이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파리의 센 강을 사이에 끼고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는 라탱지구에 위치한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파리와 관련된 여행 책자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진 서점이다.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는 성당이 서점이 된 경우인데, 13세기에 건축된 고딕성당이 2006년에 서점으로 거듭났다.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극장으로 지은 건물이 서점이 되었으니, 관람객들이 앉아 있던 곳들에 서가가 마련되니 마치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는 책들이 줄지어 다가오는 듯하다. 이곳은 약 35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책이 있는 공간은 그곳이 어디건간에 행복한 곳이다. 책이 있어서 행복한 공간,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20곳의 서점을 구경하는 재미는 그 어떤 책을 읽는 즐거움과 비길 것이 안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서점이 그곳에 속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학동 헌책방 거리를 비롯한 헌책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들, 그리고 전국적으로 차츰 사라져 가는 서점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 아니라도, 시간이 된다면 그곳들을 찾아가 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사자. 그 책을 볼 때마다 그날이 기억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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