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유 시인 1
- 죽음은 삶의 마지막 추신이다
내 몸에 죽음의 입구와 출구가 함께 있다
최근 내 몸이 벼랑이다
어머니가 몸 속에 넣어주었던 노래들
이곳저곳 떠돌며 다 퍼내 써버리고
더 나올 노래가 없다
함부로 탕진해버린 그 노래들
혀는 낙엽처럼 말라버리고 말았으니
나는 내 유일한 악기를 잃어버린 것이다
시장 거리를 걷다가
수조 속에 몸을 반만 담그고 떠 있는 새끼 거북이를
날품팔이 노동자처럼 서서 바라본다
한 마리에 기백 원씩 팔려나갈
저 미천한 거북이에게 얇은 눈꺼풀이 있고
눈꺼풀 아래엔 작은 눈도 있다
그 눈이 우주를 보듯 나를 본다
그 눈이
빈 몸 속에 장롱처럼 달려 있는
몇 개의 절망마저 꿰뚫어본다
나는 아무것도 고의적으로 은폐한 적이 없다
그 거북이의 눈길 속에
나를 통째로 방임하고 돌아선다
죽음은
이 지상의 삶에 부치는 마지막 유일한 추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