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조배의 은혜))...........'너나 잘 해'
제가 10살 때부터 기도해서 만 24년 만에 신학교를 들어갔는데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기도시간도 행복하고 공부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저는 잠자는 것이 싫었습니다.더 늦게까지 공부하고 싶었고 또 더 일찍 일어나서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늘 감실 앞에서 기도했습니다. 저같은 죄인을 신학교로 불러 주신 예수님이 제 인생의 모두였습니다.
이젠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신부가 못 되었을 때는 신학교 수위라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신학교 청소부라도 해 보고 싶은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되는 신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이젠 신부가 안 되어도 원이 없었습니다.더 이상 원이 없으니까 나날이 천국이요 복락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밤조배를 통해서 신학교에 합격을 했었기 때문에 도저히 가망도 없었습니다. 매일 제가 조배를 했습니다. 다른 신학생들은 성체조배의 은혜가 무엇인지도 아마 몰랐을 것입니다.
신학교 6년의 세월이 너무도 빨랐습니다. 저는 솔직히 방학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방학이 너무 빨리 돌아옵니다.
거짓말을 하면 천벌을 받습니다.^^
저는 방학 돌아오는 것이 싫어서 방학이 가까이 오면 우울했습니다. 남들은 방학만 되면 기뻐 뜁니다.
사실 저는 또 인간적인 면도 있습니다. 머리는 벗겨진 데다가 나이는 많고 본당에서 그래도 학사님이라 하면 총각티도 나고 젊고 발랄한 기운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이제 뭐 1학년이라는 사람이 늙은 영감처럼 보이니까 신자들 보기에도 딱했고 저 자신도 왠지 어색했습니다. 그래서 방학이면 더 성체 앞에 앉아서 그 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만이 사실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신학교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신학교 생활이 너무 너무 재밌었습니다. 잠도 안 오고 공부도 기도도 규칙도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기쁨이 다 깨지게 됩니다.
제가 1학년 때 3학년과 합반을 하는데 작업을 했습니다. 3학년들은 고참이라고 일도 안하고 놀고만 있습니다. 우리가 삽질을 하면서 가다가 그 앞에 갔을 때 제가 그랬습니다. "우리 같이 일하고 같이 쉽시다." 이러니까 다른 3학년들은 저 쪽을 쳐다보는데 한 사람이 저를 째려보더니만 "너나 잘 하라" 고 이랬습니다.
저는 그 말 한 마디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34살이었고 그 사람은 21살이나 22살이었습니다. 어떻게 저 보고 너라고 하는지 깜짝 놀랬습니다. 너나 잘해..라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신학교에서 싸움은 퇴학입니다. 작업을 끝내고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내가 뭐하러 그런 얘기를 했을까' 골백번도 더 후회를 했습니다. 신부님이 강의를 하는데 한 마디도 안 들립니다. 성당에 가서 기도하는데 기도책이 안 보입니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밥이 안 들어갑니다. 너무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속이 아주 발랑 뒤집어졌습니다.
어떻게 6년동안 신학교 생활을 할 것인가.. 저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디 그런 놈이 한 두명입니까?? 그 웬수같은 친구를 하루에도 열댓 번씩 만나야 합니다. 성당에서 3번 만나야지,식당에서 3번 만납니다. 강의실에서 만나지,복도에서 만나지 운동장에서 만나지 그 놈만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옆에서 웃었던 친구들도 다 만납니다. 못살겠습니다,못살겠어요.
저녁기도가 끝났는데 못 들어가겠습니다. 내 방이 있는데,내 자리가 있는데 갈 데가 없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외로움을 느껴 봤습니다. 갈 데가 없을 때 굉장히 외로왔습니다. 신학생들은 다 나갔습니다. 불도 끄고 오로지 저만 있었습니다.
아무 기도도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떻게 6년의 신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제 미래가 너무도 암담하게 보였습니다. 역시 제가 찾을 곳은 감실밖에 없었습니다. 기도는 안 되지만 감실 앞에 가서 그냥 꿇고 앉았습니다.
얼마동안 기도도 하지 못하고 그냥 앉아있으려니까 예수님이 그 말씀을 하십니다. '네가 먼저 가서 잘못했다고 빌어라' 그런데 저는 빌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 놈이 저한테 빌러 와도 제가 용서해 줄까 말까입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당한 일입니다. 그 사람이 제 앞에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제가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 보고 먼저 가서 잘못했다고 빌으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목소리도 듣기가 싫었습니다.
이제 10시까지는... 10시만 되면 취침입니다. 이 문제를 오늘 해결하지 못하면 더 무서운 하루가 돌아옵니다. 그렇잖습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일은 제가 신학교 생활을 못 합니다. 10시 넘어가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됩니다.
그 때 제가 예수님께 기도했습니다.
'예수님,제가 제 정신으로는 못 가겠습니다. 그 친구한테 찾아갈 수 있는 용기 좀 주십시오'
성체앞에서 기도를 하고 그 친구한테 갔습니다. 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신학생들이 저녁기도 후에 남의 방을 찾아갈 수 없습니다. 대침묵입니다. 아주 규칙으로 엄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친구도 안에서 깜짝 놀랍니다. 밤에 찾아 올 사람이 없잖습니까? 그 친구가 문을 열고 저를 보더니 깜짝 놀랬습니다. 놀래거나 말거나 저는 그 친구를 붙잡고 그랬습니다. "아까 작업시간에는 쓸데없는 말을 해서 형제의 마음을 상하게 해 주었는데 용서해 주십시오" 10초도 안 걸렸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제 손을 꽉 잡았습니다. 그러더니 저한테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사람이 그럽니다. "형님,제가 잘못했습니다.제가 먼저 빌러 갈려고 했는데 형님이 먼저 오셨습니다." 이랬습니다.
아 글쎄 그 싸** 없는 놈이 그렇게 이쁜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서 화해를 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신학교에 왔으니까 서로 도와가면서 좋은 신부되자" 하고 이제 그 방을 나서는데 세상에나 그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너무 밝고 환했습니다.개운했습니다. 누가 욕해도 좋습니다.누가 비웃어도 좋습니다. 조금도 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튿날입니다. 옆에서 웃었던 신학생들이 그랬습니다.
"형님은 뭐가 달라도 우리하고는 다르다"고
저는 또 그 말이 굉장히 고마왔습니다.정말 고마왔습니다.
그 때부터 더 기쁘게 신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그 사건이 없었던 것보다 더 은혜롭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나 잘 하거라'라고 했을 때 그래서 신학생들이 웃었을 때 저는 평생 씻지 못 할 오명처럼 붙어다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통해서 모든 신학생들이 그랬습니다. 형님은 뭐가 달라도 우리하고는 다르다고.. 하느님께서는 저를 더 높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공부도 잘했고 .. 공부를 잘 했다는 것은 부끄럽지만 공부가 재밌었습니다. 6년 동안 정말 두근 두근거리는 기쁨을 가지고 기쁘게 생활을 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