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초상화
고 은
어제를 반성하기보다오늘을 반성해야 할 때가 있다어제는 죽음일 따름아 짐승들은 자유롭구나반성 없는 그들의 하루하루와 함께우리는오늘을 반성해야 할 때가 있다
오늘 나는 무엇인가나는 짐승보다도 못하구나반성이 없는 것과반성이 있는 것 사이그 질곡의 배회에 맴도는나는 무엇인가
벌써 아침해의 찬란한 빛은 낡아얼어붙은 것을 다 녹이지 못하고다시 얼기 시작하는 저녁이저쪽에서 다가온다
그러나 나는 이런 오늘을 때려 죽이리라나는 무엇인가내가 몽둥이이기 전에내가 벼락이기 전에내일을 잉태한 몸으로꽝 꽝 언 땅을 걸어간다찬 별빛이 나로 하여금 반짝반짝 빛난다
아 그동안 오늘이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