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있고
아직도 해거름 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않는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앞에 운명처럼 파여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나그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춘수 "늘, 혹은 때때로" (0) | 2008.02.03 |
---|---|
정안면"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0) | 2008.02.03 |
[스크랩] 시집갈 때 진주를 주는 이유 (0) | 2008.01.16 |
[스크랩] 믿어주는 사람 (0) | 2008.01.15 |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0) | 2008.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