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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푸른 숲이 그리운 그대에게

klgallery 2007. 7. 29. 13:53

 

어제는 오름 따라 배우기 동아리와 함께

아침부터 물찻과 말찻오름에 올랐습니다.

이제 7월말을 장식하는 초록이 너무 짙어졌습니다.


갑자기 이 더위 속에서 산에도 못 가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산업역군과 샐러리맨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에게 이 짙푸른 초록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 그들의 눈치를 보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효과적인 그림이 안 되어도 나의 정성만이라도

받아 잠깐만이라도 눈을 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방금 한일전 축구가 끝났습니다.

게임 전체로 보면 이번에 경기 전체가 불만이지만   

일본을 대하여 불타는 투지로 인원수의 열세를 이겨낸

선수들에게도 박수와 함께 이 푸른 숲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푸른 숲아 - 권경업

   

젖은 머리 풀어헤쳐

검은 비구름 향해

앙칼지게 대어 들어라

능선에 노박이여

달아나지 못하는 가여운 육신

유월 쪽빛으로 가꾼 고운 머릿결

더러운 오랑캐 땅 산성비에

바칠 수야 없지 않느냐

은장도 날을 세워

심장의 시퍼런 피 차마 뿌리더라도

앙칼지게 대어들어라

기갈 센 이 땅의 딸들인

푸른 숲아


 

♣ 깊고 푸른 숲 속의 그들 - 임혜신


           1


어둠 속에 있었습니다 별빛도 이르지 않는 곳 여린 풀잎처럼 어둠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들어야 할 소리도 마주치는 눈길도 없는 곳에 눈 맑게 뜨고 귀 기울이며 있었습니다 결 고운 바람이 스칠 때마다 적막을 뚫고 풀벌레 울음이 흩어지던 거기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깊은 어둠에 싸여 있었습니다.


           2


그곳에 등을 달고 싶었습니다 그중 단단한 나무 가지에 등불을 걸면 어두운 숲의 가슴을 열릴 것 같았습니다 저 먼 곳에서 오는 달빛으로는 알 수 없을 숲의 고요, 내부를 비추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내부에서 번져 나오는 주홍의 은밀함 멀리 이르지 못하는 조그만 등불 아래서만 아프게 드러나는 순박한 사랑을 잉태하고 싶었습니다.


           3


그 숲을 나는 세상으로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영원히 그곳에 머물고 싶은 것도 실상 착각이었는지 모르지요 어차피 깨어날 바에는 크고 검푸른 알속에서 깨어나느니 밖으로 빨리 나와서 깨어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자라나기 위해선 홀로 있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늘을 더 깊게 꽃잎들을 더 보드랍게 바람을 더 싸늘하게 홀로 있음을 더 무섭게 하기 위한 뼈아픈 시간이,


            4


숲을 떠나온 지 오래입니다 뒷마당에 참나무 감나무 산딸기나무까지 자라고 그들의 향그러운 가지에 새소리가 떨어집니다 그것들은 모두 숲에서 따온 것들입니다 꺾일 때마다 아프다 소리하던 숲, 그 이별이 이만큼 잘 자라난 아침 나는 어딘가에 잘 자라고 있을 숲 그늘을 생각합니다 나의 고독만큼 잘 익은 그곳엔 몇 번이나 잎이 지고 피었겠습니다.


            5


숲으로 돌아갈 계획이 서지 않습니다 돌아가 다시 어둠을 배워야할 나는 너무 먼 곳에 살았습니다 바람이 쏟아지는 뒤뜰에 서서 하루 일과표를 찢어버립니다 지난달에는 영이 엄마가 죽고 엊그제는 잔 아저씨가 죽었습니다 용감하게 숲을 뛰쳐나와 살던 이들 긴 산 그림자 속으로 속속 돌아갔습니다 내가 숲으로 돌아가고 싶듯 숲 속의 그들도 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을까요?


 

♣ 그리움의 푸른 숲 속에서 - 채상근


알 수 없는 그대 그리움이

푸른 봄날 내리는 함박눈처럼

하얗게 쌓이고 있습니다

장호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그대를 바라봅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붉은 꽃 한 송이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날들처럼 언제나

가슴 벅찬 세월입니다

다시 슬픈 노래를 불러봅니다

그대 보고 싶습니다

봄날 무수한 들꽃 바람에 흔들리듯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대 그리움의 푸른 숲 속에서

살아가는 날들이 이제는

한없이 편안합니다


 

♣ 깊고 푸른 숲 속으로 - 이양우(鯉洋雨)

     -- 꿈의 서식처(棲食處)

 

깊고 푸른 숲 속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빨려 들어갔지,

짙푸른 향내로

숲은 진동하고

금수와 정령(精靈)들은

이승의 비린 내음을 쫓아 달겨들었지,


그곳에는

깊은 늪지대가 생성되고

생명의 신선한

음률이 터져 나오고

입 안 가득 차 오르는

황홀도 스미고 있었지,


바람의 요정(妖精)들은

숲의 샘물과

수렁 속에 살랑이며

엷은 고막 같은 혀를 내밀고

우윳빛 샘물을 마셨지,


마침내, 사랑은 잉태의 편주(片舟)를 탄다오

갈색 무늬 요정은 하르르

숲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상징물들은 꿈속으로 사라졌지,

그 뒤로 까만 숯덩이가 타 오른다.

꿀로 범벅이 된 너와 나의 반추

숲의 깊은 매복(埋伏)속으로

녹아내리는 혼불!

 

 

♬ 조영남이 부른 서정가요 모음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마음이 맑아진다 이런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어 우린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