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살바토레 카르딜로 무정한 마음

klgallery 2007. 7. 23. 13:43

Cardillo Core ''ngrato - Catari

살바토레 카르딜로 무정한 마음

Cardillo Salvatore

 

Franco Corelli, tenor


     

원제목은 <무정한 마음> 또는 <은혜를 모르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박정(薄情)>이라고 번역되지만 보통은 <카타리 카타리>(Catari Catari)라는 또다른 제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은 1908년에 발표된 나폴레나타이다. 오페라의 대본 작자 리카르도 코르디페로 작사, 살바토레 카르딜로 작곡의 드라마틱한 명곡이다. 1951년의 이탈리아 영화 <순애>(원제 "Core''ngrato")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었으며, 무정한 사람 때문에 고뇌하는 마음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Luciano Pavarotti


     

Franco Corelli 1921 -

훌륭한 목소리와 빼어난 용모를 지녔던 테너

잘 생긴 외모와 큰 키, 게다가 우렁차고 힘있는 음성을 지녔던 테너 프랑코 코렐리는 1921년 이탈리아의 안코나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본명은 다리오 코렐리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구 도시 안코나에서 이탈리아 해군의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코렐리는 처음에 아버지의 뒤를 이으려고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노래는 그냥 즐겼을 뿐 직업적으로 부를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가 23세 때 한 친구의 권유로 페사로 음악학교에 들어갔는데 고음이 나오지 않아 석달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실망한 코렐리는 성악을 포기하려 했으나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카루소, 질리, 라울리-볼피 등의 레코딩을 들으며 혼자 연습을 한 끝에 훌륭한 고음을 내게 되었다. 


     

코렐리는 1951년에 우연히 그의 친구와 함께 플로렌스에 갔다가 마지오 뮤지칼레 성악 콩쿠르에 나갔는데 놀랍게도 일등상을 수상하여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서 그의 노래를 들었던 로마 오페라 극장의 연출가 산 파올리는 스폴레토 극장의 성악경연에 나가 보라고 권했고 코렐리는 역시 우승을 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스폴레토에서 <카르멘>의 돈 호세 역으로 성공적인 오페라 데뷔를 했다. 이 성공으로 이탈리아의 여러 극장으로부터 계약을 맺자는 요청이 들어왔고, 1954년에는 스폰티니의 <라 베스틸레>에서 칼라스의 상대역으로 라 스칼라좌에 입성했다.  1955년에는 아파서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마리오 델 모나코의 대역으로 나폴리 극장에서 <아이다>로 시즌을 열었고, 다음 해에는 <안드레아 쉐니에>로 나폴리 극장의 시즌을 열었으며 1957년에는 헨델의 <줄리어서 시저>로 로마 오페라 극장의 시즌을 열었고 같은 해에 <노르마>로 코벤트 가든에 데뷔했는데 그때의 상대역은 칼라스였다. 1958년에는 칼라스와 함께 <노르마>로 로마 오페라 극장의 시즌을 열었으며 후에 이 오페라를 칼라스와 함께  EMI에서 녹음했다. 그러다가 1961년에 <일 트로바토레>로 레온타인 프라이스와 함께 메트로폴리탄에 데뷔했다. 미국인들은 그가 출연한 <토스카>영화를 통해 이미 그를 알았기에 그의 데뷔를 기다렸던 차였다. 프라이스와 함께 다음 해에 역시 <일 트로바토레>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발에도 데뷔했다.


라 스칼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은 서덜랜드와 함께 공연한 마이어베어의 <Les Huguenots>였다. 그리고 칼라스와 함께 공연한 도니제티의 <폴리우토>역시 격찬을 받았다. 코렐리는 자신이 칼라스의 영향으로 벨리니나 도니제티의 정통 벨칸토 레퍼토리에 몰두하게 되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곧 그는 <투란도트>의 칼라프 역을 레퍼토리에 포함시켜 메트로폴리탄에서 바르기트 닐손과 함께 공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코벤트 가든에서도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어 파리, 뮌헨, 베를린, 빈,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남아메리카 등 모든 곳에서 노래를 불렀고 많은 팬을 확보했다.


그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흥분시키고 몰입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웅적이고 우렁차며 풍부한 성량으로 힘있게 고음을 처리했다. 성량이 큰 델 모나코와 그가 다른 점은, 델 모나코는 강성 일변도라면 코렐리는 부드럽고 따사로운 소리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격정적인 면의 표현에서는 델 모나코를 넘어서는 면도 있었다. 이런 음색 때문에 델 모나코와는 달리 나폴리 민요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스테파노보다 한 수 아래이지만 우렁차고 격정적인 음색에 정열을 담뿍 담아 부르는 나폴리 민요는 스테파노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그의 인기에는 훤칠한 외모가 또한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작은 키에 배가 볼록한 전형적인 이태리 테너의 유형과는 거리가 멀었던 큰 키와 영화배우 뺨치는 잘 생긴 외모는 무대 위에서 진가를 발휘했으며 특히 타이즈가 잘 어울렸다고 한다.


훌륭한 외모와 타고난 목소리도 좋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는 테너였다. 언젠가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자면서도 노래를 부릅니다. 꿈 속에서도 음표를 보죠. 나는 항상 자신을 좀 더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휴식이란 없습니다. 만일 내가 완전히 자유로운 석 달 간의 휴가를 가진다면, 나는 그 기간에 내 목소리의 테크닉을 향상시키는데 쓸거예요. 이런 면이 없다면 전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이겠죠."


타고난 목소리, 훌륭한 외모,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있었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테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Review


코렐리는 내가 베르곤지 다음으로 좋아하는 성악가이다. 처음 들었던 그의 노래는 ''10대 테너가수의 10대 아리아''에 실려 있는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이었다. 그 당시는 오페라를 듣던 초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뛰어난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호소하는 듯한 격정과 너무도 시원하고 힘있게 올라가는 고음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그 때는 코렐리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는데, 우연히 도밍고 테잎에 ''코렐리의 대역으로 데뷔했다''는 대목을 읽고 그 코렐리가 이 코렐리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지금도 그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을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아마 이 노래는 감미로운 메짜 보체로 좋은 대조를 이루는 베냐미노 질리의 노래와 코렐리의 노래가 가장 훌륭하지 않을까 싶다. 코렐리의 독집도 될 수 있는데로 다 수집했는데 이 페이지에 실려있는 7종이 그것들이며 오페라 전곡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팔리아치>, <토스카>, <로미오와 줄리엣>, <일 트로바토레>, <투란도트>을 가지고 있다. <노르마>와 <안드레아 쉐니에> 등도 살 예정이다.


동료 성악가들에 의하면 그는 신경이 매우 날카롭고 괴팍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닐손에 의하면 그는 덩치 큰 어린아이 같아 팬들이 관심을 조금이라도 다른 성악가에게 돌리면 토라지고 격분하곤 했으며 자주 화를 냈다고 한다. 또한 뛰어난 외모에 반해 연기력은 엉성했다는 평이 있다. 그가 연기에 미숙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너무도 긴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훌륭한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르기 직전 거의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지나치게 긴장하고 예민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니 보는 관객들조차도 불편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후 자기의 소리가 괜찮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긴장을 풀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도밍고의 자서전에 보면, 그가 도밍고를 방해하기 위해 약간의 음모를 꾸민 듯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도밍고가 메트에 데뷔하기 나흘 전에 코렐리가 갑자기 출연을 취소해서 도밍고로 하여금 준비없이 대역으로 출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전세계 오페라 팬들의 주목을 받던 신예 도밍고의 성공에 심기가 뒤틀려 메트 데뷔를 엉망으로 만들기 위해 고의로 그랬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명백히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1967년의 그 일을 좀 더 상세히 얘기하자면, 도밍고는 메트로폴리탄에서 세 시간 동안 <투란도트>연습을 하고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코렐리가 결정적인 순간인 저녁 7시 30분에 출연을 취소했고, 루돌프 빙은 도밍고에게 전화를 걸어 무조건 빨리와서 대역으로 데뷔하라고 한 것이다. 그는 막이 오르기 3분 전에 도착해서 15분간 분장하고 의상을 입고 무대로 올라갔다고 한다. 책에 보면 도밍고는 루돌프 빙과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생각에는 코렐리가 고의로 최소한 것 같아요. 지난 72시간 동안 오페라 세 편을 불러서 제가 피곤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기분이 아주 좋아요. 결국 그가 후회할 걸요!"


도밍고는 이렇게 말했던 부분을 인용해 놓고 마지막 부분에 와서 ''진짜 이유는 모르며, 마지막 순간에 어떤 이유에선지 그가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지만 어쨌든 처음에는 코렐리의 의도를 의심했었음을 알 수 있다.


언젠가 박종호 선생님도 말했듯이 코렐리의 성품이 아무리 신경질적이고 거만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 모든 게 용서되고도 남을 듯 하다. 한 인간에게서 어떻게 저런 엄청난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들으면서도 늘 감탄한다. 얼마 전 코렐리가 부른 성가곡과 나폴리 민요가 담겨 있는 2장짜리 CD를 샀는데, 그가 부른 성가곡은 처음 듣는 터라 참 감동적이었다. 세세하게 예술적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그가 부르는 어떠한 노래도 모두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리아 중 그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은 <안드레아 쉐니에> 중 ''즉흥곡'', ''5월의 아름다운 날처럼'', <롬 바르디아인> 중 ''내 기쁨으로 그녀를 감싸고 싶소'', <마농 레스코> 중 ''일찌기 보지 못한 미인'' <일 트로바토레> 중 ''아, 그대는 내 사랑'',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있다.


나폴리 민요 중에서는 ''돌아오라(torna)''와 ''열정'' 등이 인상에 남는다.

코렐리는 1970년대에 테발디와 함께 우리 나라에 와서 공연을 한 일이 있었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김명곤씨는 국악을 공부하기 전인 청소년 시절에 못말리는 성악광이었는데, 코렐리의 공연표를 미쳐 구하지 못해 밖에서 옥상으로 타넘어 들어가 그의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칼라스와 스테파노의 공연이 그랬듯이 그들의 공연도 전성기를 지나서인지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코렐리의 공연을 영상을 통해 본 일이 있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2장과 몇몇 아리아 및 나폴리 민요였는데, 흐릿한 흑백이었지만 무대에 등장하여 멋있게 ''건배의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너무도 멋있었다. 그리고 별 힘 안들이고 ''안녕, 어머니''를 사무치게 부르는 그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 보았다. 나폴리 민요도 우렁차고 훌륭했다. 또한 <투란도트>의 1막처럼 꾸민 무대에서 칼라프의 복장을 하고 나와 ''울지마라, 류''를 너무도 멋있게 부르는 영상물도 보았다. 거침없는 고음과 류에 대한 따스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명창이었다. 예전에 ''VAI 클래식''이란 레이블에서 나온 코렐리의 비디오 테잎이 수입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었는데, 광고를 낸 신나라 레코드에 문의해 본 결과 수입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기회만 되면 그의 영상물을 꼭 사고 싶다.


코렐리는 베르곤지와 더불어 나에게 오페라라는 분야에 흥미를 느끼게 만든 테너였다. 나는 베르곤지와 코렐리의 개성있는 노래를 듣지 못했다면 아마도 교향곡과 바이올린 협주곡에 심취했을 것이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인간의 소리가 어디까지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기에 오페라 전곡 녹음을 살 때면 그들이 녹음한 것을 위주로 살 때가 많다. 요즘도 시내의 음반점을 들리면 꼭 코렐리의 레코딩이 새로 들어왔는지 부지런히 확인한다. 내가 최근의 성악가들에게 매력을 못 느끼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코렐리나 베르곤지만큼 멋있는 소리를 가진 사람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코렐리의 노래는 내 취향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게 그는 베르곤지와 더불어 내가 가장 아끼는 위대한 성악가이다. 출처:박태영의 오페라 리뷰


Cardillo / Core''ngrato


원제목은 <무정한 마음> 또는 <은혜를 모르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박정(薄情)>이라고 번역되지만 보통은 <카타리 카타리>(Catari Catari)라는 또다른 제목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것은 1908년에 발표된 나폴레나타이다. 오페라의 대본 작자 리카르도 코르디페로 작사, 살바토레 카르딜로 작곡의 드라마틱한 명곡이다.

1951년의 이탈리아 영화 <순애>(원제 "Core''ngrato")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었으며, 무정한 사람 때문에 고뇌하는 마음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천상의 목소리, 색다른 감상법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그리고 호세 카레라스.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해온 이들을 ‘스리 테너즈(Three Tenors)’라는 하나의 단어로 부르곤 한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테너’라는 점만 공통점만 빼면 목소리에서 스타일까지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가수들이다.


     


1.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스리 테너 / 남성적인 열정의 플라시도 도밍고, 달콤한 음성의 호세 카레라스, 맑고 단정한 보이스의 루치아노 파바로티


학창 시절 음악 시간. 여성의 목소리는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알토로 나뉘고 남자는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구별된다던 선생님의 말씀. 하지만 똑같은 레드 와인이라도 포도의 품종과 재배 지역 그리고 숙성 방법과 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의 개성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어찌 사람의 목소리가 이 6가지의 분류만으로 나눠질 수 있을까. 그 넓고도 깊은 소리의 세계가.


 


청아한 새소리 vs. 시낭송 보이스

2. 오페라 <리골레토>의 만도바 공작으로 분한 20세기 최고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 3. 우아하고 단정한 목소리로 20세기 전반을 풍미했던 리릭 테너 베냐미노 질리 4. 레제로 테너의 대명사 티토 스키타 5. 바그너를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헬덴 테너의 우상인 덴마크 출신의 라우리츠 멜히오르


실제로 남성의 목소리 중 가장 높은 음역을 내는 테너만 해도 그 분류가 다채롭기 이를 데 없다. 먼저 가장 가벼운 목소리로 레제로(Leggero) 테너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가볍다, 민첩하다, 경쾌하다’는 뜻답게 이들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남자 꾀꼬리라 부를 만한다. 낭랑하고 발랄한 음색으로 기민한 기교가 필요한 노래와 환상적인 매치업을 보여준다.

이러한 목소리의 전설로는 단연 티토 스키파(1888~1965)를 들 수 있다. 깃털처럼 가볍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지녔던 그는 오페라뿐 아니라 칸초네, 탱고 등 다양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특히 발음이 아주 정확해 그가 오페라 무대에 서는 날이면 대본집이 아예 팔리지 않았을 정도.

그의 후계자 격인 체사레 발레티, 스페인 출신의 프랑스 오페라 스페셜리스트였던 알프레도 크라우스 등도 명성이 자자했으며 젊은 시절의 파바로티도 한때 경묘한 레제로 테너로 이름을 날렸다.

이러한 음성에 가장 적합한 오페라 배역은 <사랑의 묘약>의 네모리노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 등. 또한 로시니 오페라의 테너 배역 대부분도 그럴듯한 매치를 이뤄준다.

레제로보다 약간 굵고 우아한 목소리는 리릭(Lyric)이라 부른다. 그야말로 시낭송회에 딱 들어맞을 만한 음색. 기교적인 면에선 레제로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서정적인 노래를 표현하는 데는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맑고 단정한 울림과 깨끗하고 날카롭게 치솟는 고음이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20세기 초반 베냐미노 질리(1890~1957)는 그 대표주자. 테너의 교과서로 불렸던 그는 우아한 목소리와 세련된 매너의 가창으로 깊고 아름다운 서정성을 잘 표현해냈다. 오늘날 선두주자로는 단연 루치아노 파바로티.

물론 호세 카레라스도 리릭 테너로 분류되지만 정통적인 단정한 스타일을 드러내기보다는 과감하고 풍부한 감정 표현에 강한 편이다. 자신의 목소리보다는 무거운 <토스카>나 <아이다>와 같은 배역을 곧잘 노래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 이 외에도 주세페 디 스테파노, 페루치오 탈리아비니 등이 관객을 황홀경에 빠뜨리는 미성 리릭 테너계의 간판 스타로 평가받고 있다.

 

은빛 음색 vs. 황금의 트럼펫

1 스페인 출신의 경묘한 레제로 테너인 알프레도 크라우스 2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칼라프를 노래하고 있는 웅장하고 격정적인 음색의 테너 르랑코 코렐리


리릭보다 한 단계 더 저음으로 내려가면 스핀토(Spinto)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노골적인, 대담한’이란 뜻의 이 테너 보이스는 마치 유리창이 깨질 때 나는 소리처럼 찌르는 듯한 쾌감을 던져준다.

때문에 <일 트로바토레>의 만리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투리두, <가면 무도회>의 리카르도, <마농 레스코>의 데 그리외 등 주로 극적인 박력이 필요한 드라마성 오페라에 단골 주자로 등장한다.

은빛 기운이 감도는 신비로운 음색의 스웨덴 출신 테너 유시 비욜링(1911~1960)은 제2차 세계 대전 전까지 이 분야를 지배했던 독보적인 존재. 또한 카를로 베르곤치와 젊은 시절의 프랑코 코렐리, 그리고 20세기 초반의 아우렐리아노 페르틸레 등도 스핀토 테너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놓은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가장 무겁고 격정적인 소리의 테너, 이름하여 드라마틱(Dra matic) 테너로는 누가 있을까. 그 수가 매우 드문 데다 청중을 압도하는 음색과 초인적인 성량을 자랑해 언제나 기립 환영을 받곤 하는 행복한 목소리의 주인공들. ‘황금의 트럼펫’이라는 애칭을 가졌던 마리오 델 모나코(1915~1982)는 이 음역대의 대명사이다.

평생에 한 번 소화해내기도 힘들다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를 무려 427회나 부른 경력이 말해주듯 근육질적인 힘의 가창을 앞세워 극한의 경지에 이른 듯한 격렬한 무대를 소화해내곤 했다. 프랑코 코렐리 역시 20세기를 대표하는 드라마틱 테너. 음색은 스핀토에 가까웠지만 박력 있고 거침없는 가창력을 보여주었던 가수다.

특히 <투란도트>의 오낸칼라프 왕자나 <일 트로바토레>의 만리토 역에서 그가 불렀던 노래는 별 다섯 개를 주기에 주저함이 없을 정도. 이 외에 캐나다 출신의 존 비커스와 지난 10월 잠실 올림픽 경기장의 <아이다> 공연에서 라다메스를 불렀던 주세페 자코미니 등도 오늘날 만날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실력의 드라마틱 테너들이다.

이들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배역은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의 오텔로. 또한 <아이다>의 라다메스, <팔리아치>의 유랑극단 단장 카니오, <노르마>의 폴리오네, <삼손과 데릴라>의 삼손 등도 드라마틱 테너만이 도전할 수 있는 난해한 배역 리스트이다.

 

"다름"이 안겨주는 감상의 즐거움

이제 마지막으로 바그너 전문 테너를 의미하는 헬덴(Helden) 테너만이 남았다. ‘영웅적’이란 뜻을 지닌 이 음역대의 가수들은 다른 이탈리아 오페라의 테너들과는 달리 고음보다 바리톤에 가까운 중저음을 구사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덴마크 태생의 라우리츠 멜히오르(1890~1973)야말로 헬덴 테너의 교과서라 불릴 만한 인물. 여기에 볼프강 빈트가센, 제스 토마스, 제임스 킹, 르네 콜로, 지크프리트 예루살렘, 볼프강 슈미트, 벤 헤프너 등도 현대를 대표하는 가수들로 헬덴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처럼 세세한 분류로도 구분짓기 힘든 목소리의 가수들도 존재한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경우, 리릭과 드라마틱을 넘나들며 고른 기량을 선보이고 헬덴 테너 배역도 곧잘 노래한다. 카멜레온 같은 음색으로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테너라 칭송받아온 전설의 명가수 엔리코 카루소(1873~1921) 역시 리릭과 스핀토, 드라마틱을 넘나들며 모든 배역에서 최상의 목소리를 들려줬던 가수.

한편 이들 거장들의 자리를 이어갈 젊은 가수들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보이고 있다. 전도양양한 레제로 테너인 후앙 디에고 플로레즈, 서정적인 면모가 강한 리릭 테너인 로베르토 알라냐와 마르첼로 알바레즈, 오랜만에 등장한 드라마틱 스핀토로 주목받고 있는 호세 쿠라, 리릭과 스핀토에 가까운 음색에도 계속해서 드라마틱한 배역만을 노래하는 이탈리아의 신성 살바토레 리치트 그리고 바그너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통해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는 헬덴 테너인 로버트 딘 스미스와 크리스티안 프란츠까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신다면 앞으로 오페라 공연관람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테너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스타일과 음색의 미묘한 차이. 물론 층층 서랍장 같은 이러한 분류는 소프라노나 바리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가을이 겨울에 자리를 양보하는 이 즈음, 오페라 무대 위에서 울리는 그 ‘다름’의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보시길. 한층 더 ‘입체적인’ 오페라를 만나보실 수 있을 테니.

 

하나의 배역, 두 개의 목소리


3. 남성적인 힘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창을 들려준 영원한 드라마틱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


세계적인 극장들의 오페라 공연 프로그램을 살펴보다 보면 종종 한 배역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스타급 가수들이 캐스팅된 경우가 있다. 이름하여 ‘더블 캐스팅’. 오는 11월 빈 국립가극장에서 펼쳐지는 <호프만의 이야기>도 그러한 무대 중 하나다.

출전 선수는 미국 출신의 리릭 스핀토 테너 닐 쉬코프와 교과서적인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는 정통 리릭 테너 주세페 사바티니.

메탈릭한 차가운 음색과 솟아오르는 격정적인 감정 처리가 주특기인 쉬코프는 호프만이 지닌 자폐적인 지식인의 방황과 고뇌를 날카롭게 표출할 것이 분명하며, 달콤하고 목가적인 서정 표현에 강한 사바티니는 호프만을 사랑에 실패한 순진한 남자로 설정해 그의 순수하고 애틋한 감정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 가수를 의식한 혼신의 공연에 성악가의 스타일에 따른 창조적인 오페라 해석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Info I www.wiener-staatsoper.at * 기사 제공 : 조인스닷컴(www.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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