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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묵상...들꽃마을 최영배 신부

klgallery 2007. 7. 23. 10:47

 

 

         

 

 

 

 

 

 

 The Star Of The Sea

 

 

 

 

 

 

 

 

 

 

 

 


 


 

     정지되어 있는 것은 죽음이며

     흐르고 있는 것은 생명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께서

     서로서로에게 끊임없이 흐르고 계십니다

 

     흐르고 있는 것은 교환입니다.

     교환은 그 생명의 원천적인 힘이며 또한 방향입니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어

     본성상 흐르려고 하며 교환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흐르고 있으며 교환하고 있습니다

 

     교환은 생명이며

     정체는 죽음입니다

     너와 나의 교환, 국가간의 교환

     이 모든 것의 흐름이 부담없이 이루어져야

     모두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산 만큼 큰 호수가  썩지 않는 것은

     작은 물꼬가 틔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흐름 때문에 거대한 호수가 썩지 않습니다

 

     너와 나의 작은 관계가 닫혀 있으면

     내 영혼 세계의 무한 생명이 썩어들어갑니다

 

     한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사람이 바로 위와 같은 인물에 속합니다

     하루에 일어나는 너와 나의 한 달란트 관계를 단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흐르도록 하여야 합니다

     나의 무한한 영혼 세계의 활성화를 위해서 말입니다

 

     오 주님

     저로 하여금 하루종일 만나는 모든 사람과

     곤충과 강과 산과 바람과 들꽃 들에서

     제 자신이 중단없이 흐르도록 은총 주옵소서

 

     제가 이 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에게 제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이들이 저에게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뭉퉁그려서 지나쳐 오던 일들이

     이제 너무나 두렵도록 구체적으로

     제 자신이 그들에게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나이다

 

     그들 중에는 술꾼들과 어린아이, 중풍환자, 정박자들이 있나이다

     술꾼들을 받아드림이 이토록 힘들줄이야

     예전에는 미쳐 몰랐드랬습니다

 

     그때에는 그 당시에는

     그는 그고, 저는 저였기 때문에 그랬나 봅니다

 

     요즘은 그는 그가 아니고 나이고,

     나는 내가 아니고 그이기 때문에

     있는 것이 겠지요

 

     그와 나안에서 존재의 동질성을 느끼나이다

     존재의 주인이시며 존재 자체이신 하느님

     당신을 그 사람 안에서 제 안에서 똑같이 보나이다

 

     이제 그리스도 성체를 모시면서

     그리고 만지면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그냥 지나 칠 수 없게 됨은

     당신의 은총스러운 초대가 아니던가요?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어찌 이 무거움을 지고 갈 수 있을까

     가히 두려움이 앞서나이다

 

     하오나 주님!

     그이 안에,  제 안에 당신이 있사오니

     그 사람과 저의 사이에서 당신이 중재자로 오시옵소서

 

     이렇듯이 많은 무거운사람이 제 앞에 누워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존재와 나의 존재가 만나는 지점에는

     충분한 휴식공간이 있더이다

 

     너와 내가 서로의 위치와 역할과 능력과 재능이 달라도

     그 모든 인간적인 소유를 지나 존재의 평등성에까지 이르면

     참으로 그곳에 빨간 휴식등이 켜져있습니다

     그곳에 살아계신 당신께서 함께 계시나이다

 

     오 너와 나의 근원이 같구나

     오 너와 나의 출발점이 같은 곳이 구나

     오 너와 나의 생명의 무게가 같구나

     오 너와 나의 존재의 무게가 같구나

 

     오 나의 형제여!

     당신이 나의 형제임을 알아보기가 이렇게 어려웠던가요

     당신의 핏줄이 나의 핏줄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미안합니다

 

     술에 찌든 얼굴 속에

     당신의 호흡속에 묻어나는 썩은 냄새 속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횡설수설 속에서

     끼니를 거르는 안타까움 속에서...

 

     이제서 이러한 무거운 짐들이 이렇듯이 가벼이 느껴옴은

     분명 당신의 은총이 아니옵니까

     이제 그들 안에서 그들의 존재를 보며

     또한 나의 죄스러운 몸속에서 똑같으신 하느님을 만나봅니다

 

     인생에 무거움 속에서

     존재의 가벼움과 환희를 확인하는 요즈음이여

     푸르고 높고 맑은 하늘처럼

     큰 날개 달린 새처럼  

     존재의 푸르른 하늘에 자유스로이 날아오르는 요즘

     오 주님 당신을 보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만지고 있나이다

     이렇듯이 술먹은 사람들이 저에게 가벼이 앉아 있을 때 까지

     당신께서는 저의 고통을 원하셨나이다

     저에게 일어나는 숨막히는 고통들은

     그들 때문에 일어났던 것이 아니오라

     바로 저의 존재가 당신 앞에 드러나기 위한 아픔이며

     진정한 자아가 당신 앞에 새로 태어나기 위한 진통이었나이다

 

     이제 그들이 술을 먹던

     아니면 잠을 자던

     내 사랑스러운 형제여

     그들이 울고 있던

     웃고 있던

     그들은 살을 나누고 피를 나누고 존재를 나눈

     형제임을 인정하나이다

     알아듣나이다

 

     오 복된 술꾼이여

     오 복된 횡설수설이여

     당신으로 인해 내가 그리스도를 만지게 되었고

     당신으로 인해 천국에로 이르고 있나이다

 

     땅바닥에 낮게 누운 척박한 당신의 몸뚱아리를 딛고

     이렇듯이 인생에 푸른 강물을 건너고 있나이다

     붉게 물든 당신의 얼굴을 향하여 퍼붓는

     나의 아픈 분주함 때문에 세상 유혹을 벗어날 수 있나이다

     세상의 무료함을 건너 뛸 수 있었더이다

 

     부디 나 때문에

     당신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함이 아니라

     당신의 건강과 당신의 구원 때문에

     술을 먹지 말아야 하나이다

     나의 행복과 편안함 때문에

     당신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함이 아니라

     오직 당신 때문에 당신을 위해서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나이다

 

     오 놀라운 교환이여

     지극히 아름다운 은총이여

     숨소리 마다에서 성삼위에 사랑이 묻어나게 하소서

     아멘

 


 

     이 곳에 버려진 사람들 때문에

     제가 구원받고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모든 관계에서 자유로워 졌습니다

     예수그리스도 께서 말씀하시길

     "가장 버림받은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라는 말씀...

     이제야 몸소 조금 체험하고 나니까

     우리 하느님 예수님이 너무 보고 싶고

     너무 만나고 싶네요

 

     성체로서 매일 만나지만

     그것으로 100% 해소되지는 않네요

 

     아무튼 우리에 최후심판은 관계의 심판입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다

     천지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영원한 나라를 차지하여라

 

     또 다른사람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감옥에 갇혀있는데도 찾아봐주지 않았고,

     병들었는데 간호해 주지 않았고,

     헐벗었는데 입을 것을 주지 않았다

     너희를 위해서 준비한 영원한 불속으로 되돌아 가거라

 

     그렇습니다

     가장 버림받은 사람을 받아들이면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리스도를 받아들임은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무한을 받아들이고 영원함을 얻어내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수평적으로 살아오셨다면

     그것은 유흥이고 쾌락이고 즐거움이지

     사랑은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그 말씀대로 움직여 주십시오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주시기 바랍니다

     그 떨어지는 그 에너지로

     아무것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사는 그 사람들의 구원까지

     책임져주셔야 합니다

 

     아멘

 



 

 
글,최영배(비오)신부 들꽃마을 설립, 2대 원장역임들꽃마을
2006.12.21~포항 들꽃마을 시설장,단상집"들꽃처럼살으리라"
Phil Coulter,  The Star Of The Sea 이미지, 김영림화백
 
 

 

 

 

 

출처 : 비 그친 저녁
글쓴이 : 프란시스 원글보기
메모 : 마음을 잠시나마 깨끗한 물에 담그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