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단풍나무 씨앗 (펌)

klgallery 2007. 7. 3. 10:51

  

 

풍은 물들 때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모든 사물은 꿈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소박한 꿈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단풍나무 씨앗은 날고 싶은 꿈 자체이다. 


시과(翅果, key fruit)는

과피가 얇은 막 모양으로 돌출하여

날개를 이루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 흩어지는 열매이다.


풍매과실(風媒果實)의 일종으로

느릅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등에서 볼 수 있다.

단풍나무는 이생씨방[離生子房]이므로,

2개의 씨방에서 각각 l장의 날개가 생겨 2장의 날개를 가지게 된다.


제주지방은 오랫동안 마른장마가 계속되다가

요즘 들어서는 2~3일 동안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후텁지근하고 축축한 불쾌지수 높은 날씨의 연속이다.   

오늘도 화끈한 운동으로 이겨 내시길….

 

♧ 씨앗 - 박종영


숲길을 걷다가 빛을 쬐러 나온

한 개 작은 씨앗을 주어 들고

요리조리 굴리다가

슬쩍 얼굴에 문지르니

자르르 흘러내리는 기름기와

검게 익은 웃음이 튀어나와

봄이 오는 그날까지

겨울 집에 숨겨주기를 바라는 달빛 같은 웃음,

반질반질하게 윤기 나는

동백씨앗 한 개의 즐거운 아양이다

아,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씨앗의 유혹에 콩콩 가슴이 뛴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기쁨안의 혼란스러움이

달콤한 꽃 꿀로 치장됨을 어쩌랴

지난해 봄날,

깡마른 억새꽃 꺾어 거친 빨대로

무모하게 들쑤신 동백꽃 노란 꽃술의

그 은밀한 치유를 위해서라도

따스한 낙엽의 집에

너, 동백씨앗 한 개의 웃음을 곱게 숨겨주는 것은

아주 작은 인연으로 즐거운 것이다

 


 

씨앗이 되기까지 - 길상호

겨울은 그렇게 견디는 거야, 대청마루 낡은 거미줄과 함께

오래 매달려 있는 옥수수처럼 하고 싶은 말 있어도 입 꽉

다물고 있는 거야, 장독대 단지의 볍씨처럼 지독한 어둠 속

에 갇혀 보기도 하는 거야, 몸속에 생명 하나 품기 위해선

모든 껍질을 바짝 말려야 하지, 네 몸 속에 지니고 있던 것

들 하나씩 허공으로 날려 보내면 한층 너의 눈은 맑아질 거

야, 조용히 눈감고 떠올려 보렴, 지난 봄 어둠 열어 주던 빗

소리부터 가을 머리 위에서 춤추던 잠자리까지, 그 날개마다

빛나던 햇볕까지 말이야, 눈물로 씻어 낸 눈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모든 걸 볼 수 있었겠어, 설마 지금도 들녘에 남

겨 두고 온 뿌리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 뿌리는 어

둠 헤매던 꿈 모두 길어 올리고 땅 속에 영원히 잠자리를

잡은 거야, 그 휴식은 이제 흔들어 깨울 필요가 없지, 모든 

상념 버리고 기다리는 거야, 그래, 그렇게 씨앗이 되는 거지,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더 참으면…

 

 

 

여로(旅路) 40 - 씨앗 - 진의하

 

세상사

힘들고 외로움에 지치거든

얼음 풀려 시냇물 흐르는

봄 벌판에 나아가 볼 일이다.


세상에 태어나

이 땅에 뿌리내려

제 몫을 하고 산다는 것은,


늦가을 어느 허허벌판

몰아치는 삭풍에 밀려

얼어붙는 어둠 속에서

쓰린 아픔 참고 기다리는

고뇌의 긴 시간을 밟고서야

종래는 일어선다.


혈혈단신 영혼을 담아

변신으로 개선하는

동그란 보석 하나.

 

♬ Giovanni Marradi -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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