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사랑 김용택

klgallery 2007. 1. 29. 18:47
 

 

당신과 헤어지고 난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 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 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 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Dreaming - Ernesto Cortaz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