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김 현승님의 시

klgallery 2007. 1. 12. 17:32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때

나는 책을 연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듯 책을 연다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 듯

조심스러이 책을 연다

가장 기쁠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나와 같이 그 기쁨을 노래할

영혼의 친구들을

나의 행복을 미리 노래하고 간

나의 친구들을 거기서 만난다

 

아,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주택들

아, 가장 높은 정신의 성城들

그리고 가장 거룩한 연혼의 무덤들

그들의 일생은 거기에 묻혀있다

 

나의 슬픔과 나의 괴롬과

나의 희망을  노래하여 주는

내 친구들의 썩지 않는 영혼을

나는 거기서 만난다

그리고 힘주어 손을 잡는다

 

                   故 김현승 님


'푸른숲 이야기' 'Water Parad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