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시
임선기
성당 옆 작은 공원에 가면 나무가 있어
나무는 내게 의자를 내어주고 그늘을 내려주지
나는 아무것도 줄 것이 없네
성당 옆에서 떨어지는 잎새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순간을
내게 떨구고 가네
길가에서 새를 보면 아름답고
빛나는 붉은 심장이 하늘에서 우네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면 나무에 와서
많은 연인들이 고백을 하고 맹세를 하고
이별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소용없는 일은 나무를 멀리 옮겨놓는 일
바람이 다시 저 나무 흔들고
나무 곁에는 늘 지나가는 첼로라는 악기
나무 곁에 머물 수 있을 때는
시를 읽을 수 있을 때
시를 다 읽고나면 나무를 떠나야 할 무렵
그러나 저 성당이 생긴 것은 아주 오래 전
나무가 바람을 만난 것은 더 오래 전
나는 아직 세상에도 없었을 그 오래 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