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초상화

[스크랩] 우리들의 군대-당신들의 군대

klgallery 2007. 7. 20. 10:48

 

요 며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박은선 작가의 <위문편지> 시리즈를 다루면서 언급했던

군가산점 문제와 함께 다룬 여성징병 논의를 썼다가 한 마디로 '너도 별수 없는 인간'이라는

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우리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거기에 군대까지 가라니

그러고도 네가 <딸에게 들려주는 미술사 이야기>에서 그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지껄인

인간이냐는 말 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본의아닌 오해들로 생긴 마음의 앙금을 무슨 그림으로 풀어볼까 하다가

아끼고 아껴두었던 그림 폴더를 열어 황규백 선생님의  판화작품들을 꺼내봅니다.

연초록 잎파리들이 숨쉬는 자연위에 편안하고 푹신한 베게 하나 베고

하늘 보며 울고 싶기도 하고, 정제한 물 한 모금 마시며 한숨 자고 싶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군대의 체험, 즉 강제징병에 의한 2년 2개월(저는 이 세월을 보냈으니까여)

은 남성들의 멘탈리티, 정신성을 새롭게 형성하는 힘이 있다고 말씀드린걸로 압니다.

94년 겨울 군대에 흔히 끌려갔던 날. 어머니는 우셨고 평소에 무뚝뚝하던 형은

그나마 훈련소 앞에서 밥을 사주며 "야..이게 마지막 묵는 싸제빱이다" 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사제밥이란 표현의 뜻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목소리도 가늘어서 여성같다고 하고, 저 자식 군대가서 죽어 돌아오지 않을까

친구들은 빈정상하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그 당시에도 병무청에

물어보니까 1000만원 이상을 주면 뺄수 있다고 한다더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저는 집에 그만한 돈이 있어도 그건 못하겠다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멘탈리티는

남자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마음속으로 삭혀왔고 배워왔기 때문이죠.

 

이렇게 마음먹고 가겠다고 했을 때, 오늘 토론 프로그램에 나온 여성패널은

남자분들 카 퍼레이드라도 해드리고 싶다고 하셨지만

실제로 제가 들었던 말은 "너네 집구석은 돈도 되게 없나부다, 다른 애들은 다 빠지던데"

였습니다. 이화여대에서 성악 전공하던 자매였습니다. (특정학교를 언급하니 뭐니 하지는 마십시요)

바로 이런 곳에서 제가 말씀드린 심리적 기억의 무늬가 마음 속에 각인됩니다.

 

 

군대를 마치고 복학을 하고 세월이 흘러 회사에 들어갔을때, 주임으로 있는 여자들은

저 보다 나이가 어렸습니다. 당연하죠. 졸업 후 그들은 바로 취업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 친구들 말을 안듣고 한것도 아니고요. 조직은 그 나름의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고 사실 주임중에 한 사람이 절 많이 좋아해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경영학에는 조직행동론이란 과목이 있고 또 인사관리란 영역이 또 있습니다.

이 학문체계에서 주로 다루는 화두 중의 하나가 바로 <보상 시스템의 설계>입니다.

이쪽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논문들을 읽어보고 연구하고 했었는데요. 결과는

아주 단순해요. 내재적 보상(의무는 신성한것, 나는 의무를 다했어...흠흠)

보다 외재적 보상(연금, 높은 급여, 승급)이 더 효과가 크고 동기부여요인으로 역할한다는 겁니다.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내가 군대를 가지 않고 그 2년 2개월 동안을 쓸수 있었다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이 공백기간만 아니었다면 저는 그렇게도 소망했던 패션 디자인 공부를 할수 있었을 것이고

유학을 갈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왜냐하면 저는 공직을 원했던 것도 사시시험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감성을 가장 극대화 시키는 일들을 하고 싶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공백은 인간의 감성을 훈련시키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부분들을 여성분들이 말로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 수고 했다 하면서도

그 내면을 정말로 들여다보고 아는지 묻고 싶을때가 많았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혹은 여성분들 중에는 남자들이 군대의 경험을

악용해서 여성들을 배제하거나 지겨운 축구이야기와 군대이야기만을 꺼내는게

싫다 하시지만, 사실 군대에서 즐길수 있는 유일한 오락이 축구라는 사실 앞에서는

친여성적인 논법을 잘 쓰던 저 조차도 대답을 못합니다. 자신의 체험을 구속하는 경험의

대부분이 사람 죽이는 기술과 땅 파는것, 눈 치우는것, 동상 걸리고, 총 쏘고, 땅 구르고

개처럼 두들겨 맞은것 밖에 없는 사람에게 무슨 다른 문화적 경험과 심리적 체험이 녹아든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인지요.

 

대신 여자는 출산 하지 않느냐는 분이 있습니다.

누가 언제 이분들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언제 폄하한적이 있었나요?

이 땅에서 자행되는 반 가족체제의 회사들이 99.9 퍼센트이고 여기에서 남성들도 똑같이

장점 보다는 단점을 더 느끼고 살아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남성들도 쉬고 싶고

가정에서 아이들과 놀고 싶고, 가사 하고 싶어합니다.(자꾸 아니라고만 하시면 통계자료

발표하겠습니다-이런 말들의 배후에는 여전히 여성은 이중고에 시달린다는 의식이 지배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이제는 아셔야 합니다)

 

하긴 여성부에서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는 부모가 40퍼센트가 넘는다고

통계가 나온 것을 놀아주지 않는 아빠가 40퍼센트라고 거짓말을 했었죠. 기자가 왜 이렇게

정보를 조작하냐고 하니까 한다는 소리가 이렇게 해야 남성들이 정신을 차린다는 식의

정보를 처음부터 엉터리로 발표하고 미안하다는 말 하나 하지 않았으니까요.

분명 여러분, 특히 여성분의 심리적 기억에는 남성들의 변화 조짐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것이고 게운치 않고 느리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을 떠나서 회사생활을 공동으로 하고 이걸 어떻게 뒷받침하는가의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점점 다수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도 SBS 시시비비에서 군가산점과 여성사회복무제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찬성쪽에 나온 여성패널을 좋아하진 않지만 딱히 틀린말을 한거 같지도 않았고

반대쪽에 나온 여기자님의 말도 사실 많이 수긍합니다. 문제는 이제 어떤 틀로

이 문제를 보고 해법을 찾느냐가 되겠지요.

 

반대입장에서는 꼭 군 가산점을, 그것도 공무원에게나 도움이 되는

소수의 인원을 위해서 주려하느냐, 대신 호봉 올려주고, 연금 주자는 것입니다.

좋습니다. 올려주십시요. 연금도 주십시요. 문제는 이걸 실행한 예산을 군을 원천적으로

가지 않는 여성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는 여성패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실제로 독일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답이 없습니다....묵묵부답

 

독일에선 이렇게 한다고 여성 국방부 위원이 이야기 하니 아무말도 못합니다.

지금 이 땅의 군역을 마친 남자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양쪽 모두입니다. 군 가산을 떠나, 유전면죄 무전징병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을 공고화 시킨 인간들도 문제고,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고 헌법에서 군대가지 말라고 해서

못간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는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받아들여집니다.

 

 

5급같은 시험에는 왜 적용못하냐고 하더군요. 군가산점을요. 그렇게 해주십시요.

과연 여성계라는 분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말로는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군인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이보세요 예산을 어떻게 하려 합니까? 하면

군대를 줄이자는 말 밖에는 못하는 의원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군가산점 필요없습니다. 심리적 보상도 필요없으니까

월급 50만원씩 주십시다. 그 돈은 누구에게 나옵니까? 죄송하게도 이 돈은

여성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에 왜 반대를 못하시는지요? 기회의 평등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받아 먹을때는 평등이고

평등에 대한 댓가를 달라고 할때는 여성은 약자라는 식의 프레임은

이제 폐기처분되어야 하지않을까요? 

 

모병제가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그걸 운용할 돈이 없는데

자꾸 그걸 대안으로만 이야기 하면 모든게 해결이 되나요. 그리고 여성의 사회복무제는

어처구니 없다고 느끼는 것이 강제가 아닌 선택에 의해 군역과 동일처우를 받고 누가 군대를 가려

합니까? 설문조사로는 50퍼센트 이상이 나왔다구요? 동일한 처우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뭐라고 하실건가요? 여성은 출산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또 이야기 하실 겁니까? 이스라엘은 강제징병입니다.

 

 

 사실 이런 논의를 할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왜 국민들이 여성/남성으로 갈라져서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지요

차별을 이야기 하면서도 역차별이란 용어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하는 여성들도 문제고

여전히 가부장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여성들에게 전통적 역할을 고수하려는 남자도 싫습니다.

 

알파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으뜸인간이 있는 것이고요

또한 알파걸이 있다고 해도, 그 또한 아빠와 엄마가 함게 양육해서 만드는 존재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땅의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성은 무조건 나쁜것인양 자꾸 치부하게 만들고

비난하게 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가치는 많고, 여성성 또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웅동체형의 인간이 신인류라고 하면서

 

유독 군대 문제에 대해서만은 관습법적으로 남성을....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여성들입니다. 저는 그래서 여성징병을 찬성하는 겁니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은

기회의 평등이 없는 이상 받아들일수 없다 하는데 이건 선후가 잘못된 것이죠.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달라고 말하라는 겁니다.

 

오히려 저는 알파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그런 아버지가 될거구요

댄 킨들러의 알파걸 개념은 이제는 페미니스트가 필요없는 세대를 사는 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페미니즘을 종교화 해서 팔아먹고 사는 그 세대는 이제 미안하지만

물러가야 한다는 의식을 배경에 깔고 있는 것이지요.

 

 

이 땅의 젊은 아들이 마음 아프고

여전히 차별이 상존하기에 아픈 젊은 딸들을 보면 울화가 치밉니다

베꼬님께서 어제 제 글에서 여성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들려 속상한다 하셨지만

반 페미니즘과 반 여성주의자는 다릅니다. 제게는요. 후자는 남성우월주의지만

전자는 페미니즘이 가진 해악적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정치적 수사에서 간과하는

진정한 의미의 양성평등을 보자는 관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회비용 2년 2개월을 매몰 원가로 던져야 하는 남성들과

그 기간에 준비를 더 할 수 있는 여성들이 자꾸 기회의 평등을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많은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요.

 

 

여성분들.....남자들이 국방의 의무를 하는 동안 우리가 노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맞습니다. 저는 논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무리 환원해도 지워지지 않는 신체적 차이에 의해 혹은 분업의 원리를 들어서라도

더 유리한 쪽으로 전체 사회 성원을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하십시요

 

그러면 똑같은 가산점과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는데도 왜 싫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토론 결과 좋았습니다. 자꾸 여성분들 장애인들과 함께 묶어서 이야기하는

프레임도 오늘 깨졌구요. 장애인들은 여성과 남성 모두가 감싸안아야 하는

우리들의 사회적 타자입니다. 더 이상 묶어서 이야기 하지 마세요.

 

그리고 5급과 일반 직장에서도 말로만 호봉호봉 하지 마시고

올려주세요. 생각해보면 2년 먼저 들어가서 받는 임금의 총액에 대해서는

그래서 저축할 수 있는 자본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 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아직까지도 모든 국민은 병역의 의무를 진다고 한 헌법을 믿습니다.

사회봉사로 돌봄경제학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몸으로는 실천하기

싫고 그것이 주는 달콤한 열매만 받으려고 하지 마십시요.

 

 

지난 90년대말에 군가산점이 위헌이었을때와는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더이상 여성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에 갖혀서 사는 걸 믿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습니다.

저 부터가 그렇게 말하는 여성분과는 대화하길 원치 않습니다.

 

그때는 위헌이었지만 지금은 정치형성적 힘을 가진

헌법은 이번에는 위헌이 되기 어려우리라 봅니다. 많은 여성들이 50퍼센트가 넘는

여성들이 군대를 간다고 했다니까요. 정말 자랑스럽고 멋집니다.

꼭 총을 매고 살상기술을 배우라고 한것도 아니고, 독거노인들, 사회적 약자들

말로 항상 해오던 사람들을 돕는 손길로 사회에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당신들이

난 사실 부럽습니다. 요리도 잘하고 약간 여성적인 면이 많은 내게는

사실 강원도 고성 땅에서 총을 잡고 설쳤던 시간보다 이런 기회가 주어�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황규백 화백님 마지막 그림이 눈에 들어오네요

우리 모두가 양손에 걸린 실처럼, 서로가 예쁘게 매듭을 맺고 지어가는

존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로가 힘든걸 알되, 당신이 마시는 그 자유의 공기가

반드시 값비싼 남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것이며

 

출산때문에, 그 후유증으로, 입으로는 보육에 열을 올리겠다던

정부정책은 여전히 미봉책이어서, 아이를 낳는 즉시 사회생활이 힘들어지는

이 땅의 여성들도 또한 힘들고, 버겹지만 그들의 양육이 또 오늘의 국방을 책임지는

남자들을 키워내는 힘이라는 걸 알았으면 이해했으면 합니다.

 

저 실처럼 오롯하게 묶여있는 우리들의

존재구속성을 이해하고, 마초가 싫듯

꼴패라 불리는 저 근본적 전투주의자들이 하나같이 심지 못해 안달하는

아버지 존재부정의 세대를 극복하고 나야 가야 한다는 걸 좀 배웠으면 합니다.

이렇게 현실을 인식하고 내 안에 베인 아픈 심리적 기억들을 승화해야만 우리는 양성평등의

아름다운 길을 터올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그걸 믿으셔야 하구요.

 

 

 

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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