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길은 선택하는 사람의 것, 행복은 지키는 사람의 것

klgallery 2007. 3. 16. 10:18
 

 

 

길은 선택하는 사람의 것이고, 행복은 지키는 사람의 것이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은 햇빛이 가득 차 눈이 부시고 어느 날엔 비가 내려 흐립니다.


골목 어귀 한 그루 나무조차
어느 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 날은 잎을 틔우고
무성한 나뭇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계절을 지나 빛이 바래고 낙엽이 되고
늘 같은 모습의 나무도 아니었습니다.

 

문밖의 세상도 그랬습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은 아니었습니다.


슬프고 힘든 날 뒤에는 비 온 뒤 개인 하늘처럼 웃는 날이 있었고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 뒤에는 조금씩 비켜갈 수 없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느려지면 서둘러야하는 이유가 생기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고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언제나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니 나는 그리 위험한 지류를 밟고 살아오진 않은 모양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꿈에 다다르는 길은 알지 못하고 살았지만
내 삶을 겉돌 만큼 먼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가끔씩 다른 문 밖의 세상들이 유혹을 합니다.
조금 더 쉬운 길도 있다고
조금 더 즐기며 갈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조금 더 다른 세상도 있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돌아보고 잘못된 길을 왔다고 후회한 적 없습니다.

 

이젠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과
내가 가지 않은 많은 길들에 대하여
욕심처럼 꿈꾸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젠 더 가져야 할 것보다 지키고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어느새 내 나이,
한 가지를 더 가지려하면 다른 한 가지를 손에서 놓아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내가 행복이라 여기는 세상의 모든 것들
이젠 더 오래 지키고 잃지 않는 일만 남았습니다.

 

'바람이 흐르는 곳으로 가다'에 'Conifer 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