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에게
때때로
나는 까치발 든 채
그들의 마음속을 몰래 훔쳐보곤 한다
거기 심연의 바닥에
가득쌓인 보석들
슬픔으로 빚은 것
눈물로 빚은 것
고통으로 빚은 것
그중에서도
절망으로 빚은것은 가장 눈부셨다
가난한 내 마음의 창고에도
저것들을 옮겨 놓을순 없을까
손가락 빨며
거렁뱅이 계집아이처럼
주변을 맴돌지만
높은 담장을 넘기엔
내 영혼의 키가 너무 작다
신성한 땅
그들의 영토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좋아라
집도 없이 떠도는
나의 지식은
그들의 처마 밑에서
노숙하고
먹다버린 찌꺼기로 연명하는
꿈은 허기진데
詩人아
거대한 성문을 열고 나와
지치고 헐벗은
나의 영혼을 불러주렴
이 생의 해가 저물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