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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으로 완벽한 연주가 아니더라도, 어느 한 부분이라도 감동을 주었을때,
우리는 그 연주자에게 고마워해야한다 "
인심좋은 옆집아저씨처럼 생겼지만 언제나 환상적인 연기를 통해 작품의 질을 높여주는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과 연기파 노년배우 크리스토퍼 월켄 등이 출연하면서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영화는 언뜻 <송 포 유>가 생각나기도 하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송 포 유> 보다는 <콰르텟>에 더 가깝겠지만 그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는 못하겠는데, 이런 스타일의 영화들은 일단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들이 많은지라 이번에도 역시 찾아보게 됐습니다.
언제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것만 같았던 '푸가', 하지만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문제들
< ▲ 언제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것 같았던 '4중주단', 푸가 >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3천번의 공연을 했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4중주단 '푸가'. 그런데 언제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것만 같았던 이들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최연장자이자 첼리스트 '피터'(크리스토퍼 월켄)가 파킨슨병 초기 증상을 보이면서 더이상 연주하기가 어려워질 위기에 처한 것이었는데 거기서 시작된 균열은 그들 4중주단에게 불협화음을 가져오고, 내제되어있던 문제들이 하나씩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제2 바이올린 연주자 '로버트'(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파트변경 요구와 열등감 표출, 그리고 제1 바이올린 연주자 '다니엘'(마크 이바니어)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 여기에 그의 아내이자 비올라 연주자인 '줄리엣'(캐서린 키너)과의 결혼 생활에서 오는 갈등과 이들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다니엘'의 충격적인 사랑 등등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그들 4중주단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음악 영화'라기 보다는 '인생'에 대한 영화
< ▲ 언제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주를 이끌어 가려고 했던 제1 바이올린, 다니엘 >
<마지막 4중주>는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들처럼 음악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장면은 한정적이었고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만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그만큼 영화는 그들의 '음악'이 아닌 그들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한 음악을 제외한 '기계음'은 전혀 들리지 않는데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 역시 아무런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군더더기 없는 돌직구스러운 이야기들로 채워지면서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던 '음악'과 닮아있었습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에 대입된 우리의 인생이야기
< ▲ 아내이자 비올라 '줄리엣'과 갈등을 겪고, 다니엘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보이는 제2 바이올린 '로버트' >
'푸가'가 공연을 준비하던 음악이자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음악, 그리고 베토벤이 자신이 작곡한 '현악 4중주' 가운데 최고의 음악으로 꼽았다는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은 7악장이 내리 계속되는 음악으로 중간의 휴식이나 조율이 허락되지 않는 음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연주하는 동안 악기의 음이 어긋나기도 하고 하모니가 엉클어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연주는 계속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원래 그런 음악이기 때문인 것이죠. 감독은 이런 베토벤의 음악에 '푸가'의 모습을 대입시키면서 우리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케세라세라,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 아닐까
< ▲ 그리고 '푸가'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다니엘의 사랑 >
태어난 순간부터 마지막을 향해 쉼없이 흘러가는 인생, 살다보면 계획했던 것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갈때도 있고 누군가와 마찰과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는 베토벤의 음악과는 다른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비록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힘에 부칠때는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계획에 어긋나거나 갈등과 마찰이 생기면 다시 조율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감독은 영화 후반부를 작위적으로 느껴질수도 있는 화해로 그려내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협화음을 겪었던 이들이지만 그들이 들려준 음악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화음을 보여줬듯이 케세라세라,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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