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펌)

[스크랩] 순백색 풋사랑의 기억-영화`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klgallery 2008. 7. 28. 16:01

 

 

 

하루종일 억수같은 비가 내렸다.

나는 감정의 흔들림이 없는 편인데, 유독 장마철에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인 듯 하다. 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때도

겨울학기가 유독 힘들었던 건, 천국같은 여름과 달리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는

벤쿠버의 날씨 때문이었다. 장대같은 비가 사선으로 도시의 콘트리트 바닥을 때렸다.

태열을 머금었던 뜨거운 바닥도 빗물아래 씻겨내려가, 후덥지근한 온도가

약간 쌀쌀맞은 온도로 내려가는 저녁시간.

 

개봉을 기다린 한편의 영화를 보러 시네큐브로 발길을 옮겼다.

기다리는 동안, 중국식 만두와 따스한 차우맨으로 차가운 빗물 속 한기를 녹이고

8월 5일까지 진행되는 영화제의 아트 영화들의

목록들을 살펴봤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일본 순정만화계의 거장 구라모치 후사코

원작 <천연 꼬꼬댁>을 영화한 작품이다. 각본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와타나베 아야가 맡았다. 포스터랑 제목 부터가 따뜻하고 해맑다. 물론 영화 내용도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전학생이 온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닌 관계로 서울에서 전학온 얼굴이 하얗고 옷을 유독 잘 입었던 여학생과

짝궁이 되었던 5학년 시절이 기억난다. 엄마가 패션 디자이너였던 이 친구는

정말 친구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옷을 잘입어 나랑 항상 경쟁관계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친구는 이탈리아로 패션유학을 떠나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피렌체에서 만났다. 이럴수가.....

그러고 보면 어린시절의 풋사랑은 항상 남우새스럽긴 해도

뭐 지금 이야기 꺼낸다손 누가 야단치는 사람도 없고

짭조름한 간장에 밥을 비벼먹는 느낌이랄까. 순백의 기억은

세월과 함께 굳어지긴 해도, 단아한 형상기억합금 속에 묻혀있다가 이런 영화를

보면 여지없이 표면을 뚫고 스며나온다.

 

이 영화는 바로 풋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거나

혹은 친구가 건내 준 팥양갱의 성글어진 입자처럼 거칠지만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영화다. 포스터 찌라시의 주장처럼 정말

순백색, 무공해 영화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이건 다시 말하자면

극적인 이벤트가 하나도 없는 영화란 뜻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60명이 정족수였건만

영화 속 두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는 정확하게 10분의 1, 6명이 전부인 시골 분교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의 여주인공에겐, 연두빛 꽃가루를 뿌리며 나타난 얼짱

남자 동갑내기였으니 오죽 그 마음이 떨렸을까.

 

그런데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왜 이렇게 까칠한 건지

작은 말 한마디는 삼각형의 비수가 되어 여주인공의 가슴을 찌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골의 풍광이 너무 고와

어디에서 촬영한 것인지 궁금했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마을은 온통

자로 잰듯 정확한 초록빛 밭과 바다, 푸른 하늘과 양털구름이 깔려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유감스럽게도

요즘 독도문제로 우리 성질을 제대로 건드려주고 있는 시네마현의 하마다 지방이다.

 

 

6명의 꼬마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저 순진무구 그 자체다

학교에서 맏언니 역할을 맏는 소요, 오줌을 못가리는 사츠코, 샤방샤방한 전학생

오빠를 놓고 눈치 아닌 눈치를 보는 이부치와 아츠코, 누나를 위해

초콜렛을 건네줄줄 아는 남동생, 고타로

하나같이 정겹고 풍성하다.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청소년 시절에 대한

짙은 애정이 많은 감독인 것 같다. 전작 <린다 린다 린다>에서도

청소년기의 시간을 보내는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내더니, 아예 이번에는

풋풋한 사랑의 기억들을 영화라는 왕골 소쿠리에 소담하게 담아낸다.

영화 속 시원한 샘물 위에 띄워놓은 토마토를 먹는 느낌처럼

끝맛이 달콤하고 청신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인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참 잘 지은 제목같다. 미풍은 다소 거칠수 있고, 예민한 청소년기의 날카로움을

곱단하게 비껴나가는 여백이 있는 제목같다. 영화 속, 두 아이의

사랑을 감싸안으며 또한 얼르며 가는 시원한

여름날의 초록빛 미풍을 떠올렸다.

 

비 오는 날에는 아주 딱인 영화다.

보고 나니 괜히 주변의 모든 것이 곱고 예쁘다......

주인공도 예쁘고, 모든것이 예쁘다. 곧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소한 모든 것들이 소중해진다는 대사가 떠오른다. 이 영화의 기억도 곧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 사소한 글쓰기의 시간과 공감의 교류가 소중해진다.

 

*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27일까지 매회 선착순 100명에게 영화 타이틀이 담긴

노트와 꼬꼬댁 모양이 달린 연필을 선물로 준다.(나는 받았다.....이 작은 행복감!)

 

 

 

 

음악을 뭘로 선곡할까 고민을 했다. 영화 OST는 아예 없고 예전 UBC에서 유학할 때 우연히 방송으로 알게 되어 매일매일 장미정원에서 기도를 해준 꼬마소녀가 있다. 선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려 유리로 만든 성안에 살고 있는 공주 원경이.....그 원경이를 위해 불렀던 노래 <하연이에게>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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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뭘로 선곡할까 고민을 했다. 영화 OST는 아예 없다. 

UBC에서 유학할 때 방송으로 알게 되어 매일 장미정원에서 기도를 해준 꼬마소녀.

선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려 유리로 만든 성에 사는 공주 원경이, 그 원경이를 위해 부른 노래 <하연이에게>를 띄운다. 

출처 :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
글쓴이 : 김홍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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